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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ul 14. 2020

스타벅스 우산아 펴져라! 접힌 내 마음도

사물 에세이 #2

스타벅스 장우산을 샀습니다. 우산을 내 돈 내고 산 것은 내 인생 최초의 일입니다. 편의점 비닐우산을 산 것을 빼면요. (무슨 우산을 잡화점도 아닌 스타벅스에서 사느냐고요? 에헤이~ 스벅페이로 금융업을 지향한다는 전망도 들립니다. 사이렌오더 하려면 필수) 


안하던 짓을 한 건 인정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우산을 내 돈 주고 샀으니.



우산을 언빡싱하다!


써머 보태니컬 장우산. 이름이 거창하죠.


바깥은 흰 배경에 스벅로고 하나. 심플.

가장 마음에 드는 안쪽은 서울식물원을 그려낸 듯, 길고 시원하게 뻗은 잎에 이슬이 맺혀 있을거 같습니다.

천이 두 겹이라 보통 우산보다는 조금 무거운 듯합니다. 비가 새어나오지는 않겠네요.

우산살은 신축성있는 플라스틱입니다. 말리지 않아도 녹슬 걱정이 없겠네요.

나무로 만들어 유려하게 U턴을 그리는 손잡이도 매력적입니다. 작은 브라운 가죽 조각을 둘러 포인트를 줬습니다. 잠깐 엘리베이터 손잡이에 걸어두어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가장 재미난 것은 작동방법입니다. 100% 수동입니다. 커버는 뾰족이 금속징까지 감싸기때문에 우산을 기대어 세우게되면 흙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 듯합니다. Oh~ GG


하지만 이 모오든 설명을 까먹고, 우산을 펼치면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21000원이라 돈이 아깝지만 21일동안 매일 사용하면 하루 사용료 1천원입니다. 기분좋아지는 것에 비해 플렉스가 과한 건 아니죠.



우산으로 접혔던 마음


초등학교 시절, 갑자기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가지고 국기게양대 옆을 알록달록 채우던 엄마들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 중에 우리엄마는 없죠. 암요. 가방을 머리에 이고 집에 달려가는게 당연했습니다. (우리 엄마 의문의 1패. 지금도 건강히 70대를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게 부러웠고 서운했던 것 같습니다.


우산 얘기를 할 때마다, 아내는 ‘한번도 비맞고 집에 온 적이 없다, 엄마가 항상 비오는 하굣길에 우산을 들고 나왔다’고 말합니다. 마치 녹음기에 녹음된 음성처럼. 내가 참 좋은 장모님을 모시고 있음을 인증합니다.


한번도 펴지지않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우산의 설렘. 펴졌을 때 제 몫을 다하는 우산처럼, 괜히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도 이제 펼쳐보렵니다. 우산 하나로. 우산 이게 뭐라고. 이 섭섭함이 뭐라고. 우산에 맺힌 물기처럼 툭툭 털어냅니다. 좀 남으면 어때요? 내 마음 우산살은 녹슬지 않으니까요.





오늘 밤, 모두 잠든 후에 우산꽂이에서는 난장 대토론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난 5년째 주인이 아끼고 사용하거든.” “난 이제 틀렸어. 한쪽이 찢어져서 펼쳐진게 언젠지 몰라.” “말도 마. 난 행사이름 찍힌 채로 박스 미개봉 민트급으로 신발장에서 나간적이

없어.” 토이스토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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