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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Mar 03. 2022

팔 곳이 없어 실패하는 귀농

농산물 시장 vs 직거래 장단점 비교

마케팅이 뜨는 이유


가히 마케팅의 시대다.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중에는 물론 사짜(사기꾼을 의미)도 있지만, 잘 짜인 마케팅 전략으로 이른바 죽은 제품을 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의 파급으로 뛰어난 마케팅 감각으로 똘똘 뭉친 인터넷 판매자가 많아졌고, 이들로 인해 위탁과 사입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의류 쇼핑몰 사장님들끼리만 쓰는 전문 용어가 아니게 되었다. 덕분에 제조회사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오픈마켓도, 다양한 제품을 접하게 된 소비자들 모두에게 이익처럼 보인다.



왜 마케팅이란 파도가 범람한 걸까? 아무래도 텔레비전과 같은 기존의 매스미디어 시대가 저문 이유가 크다. 과거의 광고가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붓던 기관총이라면, 현재는 나이, 성별, 지역, 성향 등을 정확히 설정하여 심장을 조준하는 저격총과 같다. 게다가 구글 애널리스틱과 같은 분석 툴 tool이 보편화 되면서, 광고회사에 근무하지 않아도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프리랜서들을 합리적인 비용에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으로 과거 젊은 층의 점유물이었던 유튜브나 인터넷 쇼핑이 중장년층에서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채소와 과일은 직접 봐야 안심’이라던 중장년의 쇼핑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 당장 코로나가 사라진다 해도, 더 이상 그들은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함을 뒤로한 채 전통시장으로 달려갈 것 같지 않다. 정확한 타깃을 겨냥한 마케팅의 역할이 컸다.


이렇듯 마케팅의 파고가 격렬해진 것은, 잘 만드는 것보다 잘 파는 게 더 중요하다는 트렌드가 반영된 거라 볼 수 있다. 물론 잘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적당한 시기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잘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농업 또한 그렇다. 농업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기, 귀농인을 농촌에 정착하지 못하게 만든 문제는 바로 고질적인 판로 문제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농촌이 소멸해가고 귀농인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사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부를 축적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봉급생활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데 생활이 초라하기까지 하다.


이를 쉽게 풀어 말하면, 급여생활자가 아닌 사업자는 매출에서 경영비를 제외해야 순수익이 나온다. 가령 순수익 3000만 원을 남기기 위해서는, 7500만 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 3~5년 차에 도달 가능한 40% 순수익 가정


혹자는 '7500만 원 정도야'하겠지만, 생각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원인은 앞서 언급한 높은 경영비 부담도 크지만, 판매 단계에서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매법인은 사회악인가?


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지자체가 위임한 농산물 도매법인(이하 도매법인)에게 위탁하거나 직접 판매하는 직거래 방식이 있다.


도매법인은 농산물을 유통하는 가장 간편수단이자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선 도매법인의 간단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각 도시 거점에 위치하는 농산물 도매시장에는 허가받은 법인 회사들이 입점해 있다. 가령 국내 최대 규모의 가락동 도매 시장은 5개의 청과도매법인(농협공판장 제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매시장에 생산자의 농산물이 입하되면 경매사에 의해 가격이 책정된다. 낙찰 가격은 시장에 입점해 있는, 이른바 중도매인들에 의한 입찰액 중 최고가다. 과거에는 이 과정에서 담합이나 비리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고, 현재에는 전자 입찰이라는 투명한 방식으로 개선되었다. 문제는 수익 배분이 불평등하다는 것과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KBS


2020년 가락동 시장 도매법인의 총순수익은 289억으로 집계되었다. 업체별로 적게는 44.5억에서 71.6억까지 벌어들였다. 농업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있다면 당연히 박수를 쳐야 하지만, 문제는 생산자인 농가에 비해 과도한 수익을 얻는 구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에는 그동안 축적된 기상이변의 여파로 냉해, 홍수, 가을장마로 인한 일조량 부족 현상이 관측되었다. 이로 인해 농가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와 관계없이 도매법인은 연달아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물론 취급대상의 위험부담이 크거나 기업의 경영에 의해 수익률이 크게 변동되는 사업구조라면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산지에서 올라오는 농산물을 하역, 보관, 경매하는 단순 수익구조에서 '해당 이익이 합당한 수준이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도매 법인은 없어져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많은 예비 귀농인들이 고려하는 판로는 당연하게도 직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포장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자재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오픈마켓을 믿고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오픈마켓에 물건을 팔아봤다면 소비자의 시야가 닿을 수 있는 페이지(이른 바 상위 노출)까지 도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양심을 걸고 건강한 농산물만 생산해낸다면 판매는 저절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언컨대, 절대 자신의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소비자가 대기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수많은 농민들이 SNS를 통해 꾸준히 소통하면서 자신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농사만으로도 벅찬 초보 농부가 농업 기술을 익히면서 이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을까?


젊은 귀농인이 유입되면서 위에 언급한 것들이 가능해져, 도매 법인의 개선요구를 넘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농업 사회를 이루는 대부분은 여전히 고령자며, 위에 언급한 마케팅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이 절대다수에 속한다. 때문에 도매 법인은 이러한 농민들의 판로 걱정을 덜기 위해서, 폭리를 취하는 밭떼기(논이나 밭  전체 물량을 거래하는 이들)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출하자 번호(생산자는 도매시장을 통해 출하자 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를 통해 제품을 잃어버릴 걱정도, 중간에서 돈을 떼일 걱정도 없다. 환금성도 좋기에 약 3일 후에 입금되며, 이를 통해 다음 작물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이런 높은 존재가치에도 농민들의 원성을 사는 것은 유통비리(산지에서 유통된 농산물을 경매로 처리한 것처럼 해놓고 중도매인에게 직접 넘기는 행위), 많은 유통단계로 인한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 간의 괴리 때문일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낮은 수익 환원 및 자본의 비농업 분야로의 이동 등 해당 법인의 특혜에 대해 농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지만, 모든 시스템을 직접 계획한 당사자가 도매 법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니냐는 비아냥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개인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도매 법인 그리고 간략하지만 직거래의 장단점에 대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우리는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가? 직거래는 신경 쓸 일이 많고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반면 도매법인으로의 출하는 다소 수익이 낮을지라도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어 농산물 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다. 농가별 상황이 다르기에 명확한 답이 없다.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내 경우 90% 이상을 가락동에 출하한다. 그렇다고 직거래를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을 통해 잠재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회사를 알리고 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오픈 마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NS나 지인들을 통해 들어오는 판매는, 마케팅에 투입되는 노력도 수수료도 없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때문에 둘 다 장단이 있고, 이는 농가 사정을 고려한 선택의 문제다. 만약 귀농을 앞두고 있다면 인지해야 할 것이 있는데, 농업이라는 특성상 직거래에는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다. 때문에 자신이 어떤 농업을 하고 싶은지 미리 결정해야 한다. 대량 생산에 집중하는 대농이라면 도매 법인이, 가족 단위의 소규모 또는 6차 산업을 염두하고 있다면 직거래가 유리해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SNS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SNS는 유튜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글과 사진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농업이 대농이든, 가족단위 소규모이든, 6차 산업이든 지속적인 마케팅과 고객과의 소통은 조만간 스노볼이 되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귀농 성공의 필수 요인이자 많은 귀농인이 간과하는 판로 확보에 대해 알아봤다. 사실 이처럼 판로가 한정된 것은 농산물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유통기간이 짧고 원물 상태의 농산물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농산물은 빠른 시간 안에 유통되어야 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가 많아 산지와의 가격차이가 크고, 틀어진 이해관계를 개선하고자 정부는 도매 법인을 시장 관리자로 임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로는 부족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농부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SNS에 글을 올리고, 가공을 배우고, 체험장을 만든다. 이것이 고된 일을 끝내고도 잠들 수 없는 현재 농부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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