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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Mar 08. 2022

귀농에 적절한 나이가 있다면

나이가 적을수록, 농대를 나올수록 귀농에 유리할까?

누군가 ‘시끄러운 걸 좋아하세요 아니면 조용한 걸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여전히 ‘둘다요’라고 대답한다. 이경우 사람들은 나를, 선택을 못하는 ‘선택 장애’ 또는 마흔이 되도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 친한 친구들조차, 한두 시간씩 명상을 하면서도 여름이면 록 페스티벌에 가고, 주말에는 웨스턴 바에 가서 밤새 파티를 하는 나에게, ‘너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둘 다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것도 좋지만 많은 것이 싫기도 하다. 그 기준을 굳이 정하자면 ‘각 잡고 놀 때’는 북적거림이 좋고, 원치 않는 북적거림에는 마음이 조금도 가지 않는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이십 대, 나아가 십 대들이 즐기는 취미들에 도전하곤 했는데 그것이 팝핀 댄스와 복싱이었다.


두 도전을 앞둔 내게 주변에서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이팔청춘도 아니고, 그런 건 젊은애들이나 하는 거야”

물론 그럼에도 도전을 강행했고, 이제는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배울수  있는 것들에 희미한 한계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죽어, 이틀을 밤새면 나는 반 죽어
-고백(Go back), 다이내믹 듀오-


위 노래 가사처럼 여전히 끓는 열정만큼 조금씩 노쇠가 시작되고, 앞자리마저 '4'로 바뀐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나마 한 살이라도 더 젊었기에 저런 도전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려서 체육을 시작해야 하는 과학적 이유


운동생리학 관점에서 인간은 20대 초반에 최고점의 체력에 도달하며 이후 하향세로 전환된다. 한 기사에 따르면 최고점이 지나면 순발력과 지구력 등의 체력은 물론 근육도 빠져나간다. 더욱이 30대 중반을 지나게 되면 실질적인 노화가 시작되며, 이때부터 새로 생기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아진다.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교수인 김용권 박사는 ‘20대 최고점을 찍을 때 개인적으로 최고의 체력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점점 약해지는 체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꾸준히 운동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20대 초반을 지난 뒤의 최고 체력은 그 이후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했다. 즉 어릴수록 빨리 배운다는 말이 ‘어리기 때문에 배움이 빠르다’는 말은 아닐지라도 ‘배울 수 있는 총량이 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어리기에 수용이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거친다. 학업을 마치고, 직업을 갖고, 그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러 학습을 병행한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레 자신의 기준을 성립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격렬히 반응하기도 한다. 속된 말로 ‘머리가 커져서’, 배움을 앞에 두고 의문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처음 배우는 것이 어떤 것이라도, 그것과는 연관성 없는 자신의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가르침을 부정하거나 의구심을 품는다. 반면 '비교적 머리가 덜 큰' 경우 그럴 시간에 한번 더 배움을 반복한다.


여기서 젊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즉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높은 운동 성과를 나타내며, 그렇지 않은 경우 효과가 떨어진다. 이것이 자녀를 체육인으로 키우려 한다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해야 하는 이유다.


귀농도 젊은이가 성공할 수 있다.


귀농 또한 그렇다. 귀농도 젊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체력이다. 귀농이 아무리 가공 및 체험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었다 해도, 결국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에 비례한 노동이 투입되어야 한다.


모종을 키우고, 영양관리를 하고, 물을 주고, 수확하는 것이 생각만큼 녹록한 작업은 아니다. 더운 여름에는 무더위와 탈수와 싸워야 한다. 겨울에는 한파를 막기 위해 이중 비닐 또는 열풍기를 돌려야 하고, 바람이 세게 부는 경우 하우스 파손 또는 농기계가 고장 나면 허락하는 선에서는 본인이 고칠 줄 알아야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글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너무도 많은 종류의 노동이 귀농인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또한 인력 수급을 위해 백방으로 전화해야 하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마트 및 공판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도 해야 한다.


단언하지만 귀농했을 당시 30대 후반인 나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그 반면 오전 힘든 노동을 마치고 오후 내내 교육을 듣고, 친구들과 밤새 놀 거라고 말하는 서른 초반의 농부를 보며, 농업은 젊은 사람이 절대 유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어리기에 수용이 빠르다는 말이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많은 귀농인들은 다짐한다. ‘새로운 분야인 만큼, 그동안의 경험은 모두 내려놓겠다’. 하지만 정작 나 조차도 그렇지 못했다.


현재는 알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총기 제작 정보까지 알 수 있는 시대다. 하물며 농업 기술은 언급하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때문에 초보 귀농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과거보다 많고 신뢰도 또한 높다. 문제는 일부 귀농인들이 이를 맹신한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농업 또한 ‘타인의 성공 사례가 꼭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인터넷에 검색되는 정보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자신이 농지를 구입한 지 (또는 임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그 정보는 약이 될 가능성만큼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말 그대로 그 방법은 정보제공자의 농지에서만 가능하지, 본인의 농지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작물 생육은 지역성 특색(온도, 물 성분 등) 및 토지 상태(물 빠짐, 토양 구성, 산성도 등), 또한 영양 및 시설 하우스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소유 농지에 대한 분석 없이 특정 비료와 농약을 쓰면 성공할 거란 말만 맹신한다면, 농사는 백전 필패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터넷상의 정보는 신뢰하면서 선배 농부가 하는 말은 불신하는 귀농인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조언을 하는 이의 태도에 문제가 있거나 의도가 불순할 수는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귀농인들이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하거나, 간섭질이라 여겨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한 해 농사를 그르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이런 경우 대부분 젊은 2~30대보다는 40대 이상의 귀농인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기에 귀농도 젊은수록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농대를 가는 게 좋을까?


나이가 어릴수록 귀농 성공률이 높다는 말을 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농대를 나오는 게 좋겠냐는 질문이다. 농대는 한국 농수산대학 또는 각 대학의 농업 단과대를 줄여 지칭하는 말로, 농대를 나오지 않은 입장에서 그것의 유불리에 대해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주변의 다양한 형태의 농대 출신 동료들을 통해 농대 출신 농업인의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점


우선 농업 이론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농부와 견줄만하다. 여기서 이론이라 한정한 이유는, 실전 경험의 부재가 아닌 자신의 기반을 갖지 않은 상태의 경험 부재를 뜻한다.


농대의 대표 격인 한국 농수산대학은 3년제 전문대학으로 졸업 후 1년의 심화전공과정을 통해 학사를 취득할 수 있다. 대학 강당에서 편히 앉아 화학기호나 배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이론뿐 아니라 국내외 현장 실습을 통해 원초적인 현장에서 가장 최첨단의 경험으로 중무장한다.


특히 이들의 장점은 총론, 즉 특정 작물의 생육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식물 생육의 전반적인 지식을 경험을 통해 체화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적어도 ‘작물을 어떻게 잘 키울까’라는 부분은 이들에게 걱정거리가 아니다. 귀농 1년 차에 비료와 농약을 스스로 만들고 스마트팜의 구조를 꿰뚫고 있는 이들에게, ‘상추가 잘 자라게 하려면 어떤 성분이 필요할까요?’와 같은 고민은 애초에 없다.


때문에 이론의 깊이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농대 출신 농업인은 시작부터 잘 헤쳐나간다. 더구나 수년간 체득한 이론을 접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 내기도 한다.



두 번째는 농업 구조에 대한 체계가 잡혀있다. 누구에게나 선택에 대한 이유가 있고, 고통스럽더라도 선택을 밀고 나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선택이 야기할 결과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치명적인 변수, 즉 선택에 방해가 될만한 요인은 제거하지 못할지라도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한다. 농업에 빗대어 볼 때, 그 고민은 인구 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부재와 농촌 해체다.


사실 초보 귀농인에게 대략적인 농업기술 습득과 판로 확보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는 시점이 대략 2~3년 차이며, 이 시점에 대부분 기반을 마련(농지나 시설하우스를 구입하는 행위)한다. 문제는 해결책을 시도하기 위한 시설 추가 또는 변경 시 기존의 기반을 수정 또는 추가 매입해야 하기에, 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대 출신의 경우, 이미 언급한 사회적 문제 외에도 파이프 가격 변동에 따른 시설 확충 전략 또는 특정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등을 배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합리적인 시작이 가능하다. 즉 농업구조에 대한 전반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 불필요한 선택이 적다는 뜻이다. 이처럼 농대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


가장 큰 단점은 오직 농업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농업 특성화 대학을 향해 ‘농업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을 단점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그리고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정체된 모든 것을 뒤안길로 내치지만, 무언가와 합쳐져 창조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이는 농업에도 마찬가지다.


농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간략화하자면, 크게 하거나(대농) 새로운 것을(가공 및 관광을 접목한 6차 산업) 시도하는 것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부분에서 농대 출신은 대농으로 가는 이가 많다. 왜냐하면 농대에서 중점적으로 배운 것이 작물을 키우고 농업을 효율화는 등, 전제 조건이 '농경 행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귀농인들은 농업에 의탁하기 전 다양한 경험을 수년, 많게는 수십 년 해왔다. 때문에 고달픈 초보 농부의 시기가 지나면, 그동안 해왔던 경험을 기준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여기서 다양한 사업의 기회가 창출된다. 실제 정부가 귀농인에게 기대하는 것도 소멸해가는 농촌의 구성원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다양한 경험이 농업과 접목되어 새로운 기회, 즉 6차 산업의 부흥을 이끌길 바라는 것이다.


한 귀농귀촌 지원사업에 선정된 적이 있는데, 각 시군에서 2~3명씩 40명 정도가 대강당에 모여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텔 지배인을 했던 이는 발리 특유의 분위기를 실려 테마 체험장을 만들었고, 오랜 교직생활을 한 이는 아이들 건강을 고려한 전통장 밀키트, IT를 전공한 이는 농식품 플랫폼을 만들었다.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를 떠나, 이들의 경험은 농업과 결합되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농대 졸업생은 졸업 후 의무로 3년을 농업에 종사해야 하기에, 사실상 농업이 아닌 다른 분야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로 엑시트(출구)가 불가능하다.


삶은 모른다. 90세의 노인도 앞으로 당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 같냐 물으면 어김없이 ‘내가 어떻게 알아?’라고 답할 것이다. 이처럼 나의 그리고 당신의 귀농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농사를 그만두는 것(엑시트)의 대안도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는 농업이 털고 떠나기 힘든 업종이라는 것이다.


우선 농지가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2인 구성 가족의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최소 6동의 시설 하우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1년 3작기 이상이 기준이며, 노지(하우스가 없는 형태의 밭) 및 수도작(일반적으로 벼농사를 칭함)의 경우 작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농지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곳 예산군을 기준으로 절대 농지 가격은 평당 9~12만 원이다. 이곳에 시설 하우스를 설치하면 평당 12~15만 원이 소요된다(설비 추가 시 가격 변동). 만약 귀농을 포기하고 매물로 내놓았다면 농지는 시세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시설 하우스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감가상각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작업 효율을 위한 작업장 및 시설, 생산 부자재, 편의시설은 구매자가 원치 않으면 헐값에 넘기거나 버려야 한다. 또한 시골에 위치한 집은 판매가 활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목돈이 묶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농업에 종사했고, 농작물 생육에 맞춰 생활패턴이 자리 잡아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가 어렵다. 이러다 보니 취업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농대 출신은 모두가 농사에 능통하지만 대농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농대 출신임에도 농업 지식이 부족한 이가 있는가 하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창출하기도 한다. 결국 농대 진학은 개인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새로운 흐름에 귀 기울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나이도 어리고 농사도 잘 짓는 이른바 '사기캐'가 될 수 있다.


귀농에도 적정한 나이가 있다


우선 정부에서도 귀농을 권장하는 나이가 있다. 바로 청년 후계농의 지원 자격인 만 39세 이하다. 사실 해당 나이를 농림부에서 지정한 것이 아니라, 현제 대한민국 대부분 정부부처에서 청년 관련 지원사업을 진행할 때 만 39세 이하를 조건으로 한다.


엄밀히 따지면 법에 명시된 청년 나이는 만 34세 미만이다(만 19세 이상~34세 미만, 청년 기본법 근거). 하지만 출생률 저하에 따라 조금씩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고, 지역 소멸이 가속화된 일부 군소도시에서는 만 45세까지를 청년으로 정하기도 한다(보령군, 청양군 등).


지방 부처에서 청년 유입에 열심인 이유는 고 연령에 비해 적응이 용이하고(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출산의 가능성이 있으며,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만 39세가 귀농에 적합한 나이일까?



개인적으로 귀농에 적합한, 다시 말해 귀농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나이는 만 35세 전후라고 생각한다. 우선 위에 말했듯 기존의 경험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경험이 사업이나 생활 측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일 좀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직위는 대리~과장급을 말한다. 연수로 치면 7~10년 정도로, 자신이 맡은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부하직원을 다룰 수 있는 시기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사내 정치가 가능하고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시점이다. 졸업 후 7~10년 후, 만 35세 전후에 해당 경험을 쌓게 된다.


내 경우 반도체 구매팀 대리 출신으로, 단가 협상, 외국어, 원가 파악, 안전 재고 확보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는 하우스와 같은 시설 설치나 고가의 자재 구입 시 원가 협상, 해외 판로 확보, 생산원가 산출(MRP) 등으로 응용할 수 있었다. 또한 퇴사 후 강연 업을 하면서 사업계획서 작성, 발표, 지원사업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프로그래머 출신의 한 농부 유튜버는 직접 반자동 스마트팜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했다. 이들은 손으로 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코딩을 이용해 자동화했으며, 파티시에 출신 농부는 농산물을 이용한 디저트 개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눈감아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 누적이 있었기에 농업과의 연계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기회가 많다


국가에서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체를 지원한다. 각 사업마다 지원조건이 있으며, 그중 만 39세인 청년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다.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지원사업은 그렇지 않은 사업보다 경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가령 뒤에 소개할 초기 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 사관학교(이상 중진공)를 봐도 그렇다.


전자는 사업자 개설일자가 3년 이내면 나이와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한 반면, 청년창업 사관학교는 만 39 이하가 지원 조건이다. 본인이 청년이라면, 업력 3년 차(재창업 포함)의 실력자들이 우글거리는 지원사업보다 청년들끼리 경쟁하는 지원사업의 선정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농업 관련 지원사업에도 해당된다.



어느 곳에나 청년이 필요하지만, 농업은 특히 더 그렇다. 때문에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농업 관련 지원사업이 있는데, 각종 컨설팅 및 융자, 4H, 청년 후계농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혹시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38~39세에 귀농해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귀농이라면 최소 2~3년은 빨라야 한다. 바로 농업 경영체 때문이다.


농업경영체는 기반을 갖고(토지의 구매 또는 임대를 서류로 증명) 농산물 품질관리원의 입회하에 작물 재배가 확인된 농민에게 발급되는 증명이다. 실질적인 농민 자격증에 해당한다. 해당 증명서가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 농업 관련 지원사업에 필수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지원사업은 농업경영체의 유무만을 따지지만, 지원금이 큰 사업은 농업경영체의 기간을 지원조건으로 내건다(1~2년).


귀농을 했을 때 실패하지 않는 조건 중 하나가 충분한 정보 없이 농지 또는 주택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춰 ‘우선 임대로 반년에서 일 년 정도 농사를 지어보라’고 추천한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작물이 농지를 구매한 시점과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휴경할 수도 있다. 이처럼 농지 구매까지의 기간 및 휴경 등의 변수를 감안한 1~1.5년 및 농업 경영체 2년을 감안했을 때 만 35~36세가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흔 넘어서의 귀농


그렇다고 청년을 넘긴 이들의 귀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만큼 유연하지 않다 해도, 그동안 살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잘 헤쳐나가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다. 때문에 자신이 귀농에 확신이 있고 배움에 개방적이고 시행착오를 겪을 마음이 있다면, 적은 나이는 분명 장점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이가 절대 요인이 아니다.


중년의 힘 : 노하우


하지만 여러 번 언급했듯 체력이 부치기 시작하는 50대 이상이라면 분명 제약사항이 있기 때문에, 가족 또는 부부가 반드시 같이 오는 걸 추천한다. 또한 해당 나이의 경우 시골에서 농업 외 수익을 얻을 방법이 많지 않기에, 생활 자금 명목의 여윳돈이 필요하단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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