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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Mar 10. 2022

스마트팜은 농민을 해방시킬수 있을까

비농업인이 궁금한 스마트팜

자연의 심판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까지 이웃나라에는 집과 차가 떠밀릴 정도로 비가 내리는가 하면, 지금은 엄청난 양의 눈이 2m까지 쌓이고 있다. 바로 중국과 일본 이야기다.


2021년 7월 21일 중국 장저우에 100년 만에 한번 있을법한 비가 내렸다. 비는 산간, 도시를 가리지 않고 사흘간 쏟아졌고, 지하철마저 삼켜버렸다. 이 비로 12명이 숨지고 10만 명이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비는 장저우에 그치지 않았다. 뒤이어 비구름은 허난성에도 무차별 물폭탄을 투하했다. 중국 정부는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302명이라 발표했으며, 상당 피해를 입은 중소 도시 및 농촌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멀지 않은 일본도 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2021년 1월 7일부터 사흘간 내린 눈은 1.22미터에 달했고, 이로 인해 8명이 숨지고 277명이 다쳤다. 이는 평년에 비해 2~10배 이상이며, 동해로부터 계속 유입되는 수증기가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 폭설이 매년 반복될 거란 예측이다.


다시 일본에는 2022년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끊임없이 눈이 내렸다. 일본 정부는 제설을 포기했고, 안전을 위해 시민들이 밖에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붕 위 낙설로 인해 다칠 수 있어 집 앞의 눈조차 치우지 말라 할 정도니 그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그런가 하면 지구 반대편 미국과 브라질은 불타오르고 있다.


2018년 11월 8일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85명 사망, 600여 명 실종자, 1600여 채의 집을 태우고야 사라졌다. 불에 탄 면적은 서울의 3배가 넘는다. 산불의 원인은 송전탑에서 발생한 불꽃이었지만, 라리냐로 인해 40°C 이상의 기온이 지속됐고, 수개월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피해가 가중됐다.


또한 2020년 7월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산불로 불리는 재앙이 다시 미 서부에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불은 수십만 에이커의 땅을 태우고 셀 수 없는 이재민을 남기고 사라졌다.

캘리포니아 산불, 출처 연합뉴스


브라질 또한 계속된 화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은 2021년 8월 기준으로 16.4%가 소실됐으며, 세계적 습지로 알려진 판타나우는 면적의 57.5%, 그 외 습지들도 크고 작은 화재 피해를 입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간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했지만, 이 불을 키운 것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된 자연의 복수였다. 이제 인간을 향한 물과 불의 분노가 어디까지 인간을 벌할지 두려울 정도다.


기상이변이 농촌에 미치는 영향


작물을 기르는 농부의 입장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현상은 가뭄 또는 홍수 정도로 알고 있다. 물론 가뭄과 홍수가 작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특정 기간에만 반복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많은 농부들이 그 기간을 피해 작물을 재배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해 극복해왔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 이상 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낯선 단어가 아닌 '이상 기후'는, 기상학적 측면에서 '기온, 강수량 등의 기후요소가 평년값에 비해 현저히 높거나 낮은 수치를 나타내는 극한현상'을 뜻한다. 이상 기후로 발생한 현상은 지구 온도 및 해수면 상승, 이로 인한 잦은 태풍 및 가뭄 등이 있다.


일반적인 장마는 수 주간에 걸쳐 비가 오는 것을 말하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우 여름이 오는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이 장마철에 속한다. 하지만 장마는 더 이상 그동안의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어 보인다. 바로 가을장마 때문이다. 여름 장마의 거센 빗줄기를 견뎌낸 작물들은 그 결실을 맺기 위해 남은 에너지를 쏟는다. 때문에 많은 영양분과 광합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늦은 장마는 태양을 가리고 땅속 공기층에 자리 잡으며 작물 호흡을 방해한다.


흐린 날 만큼이나 높은 습도 또한 작물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가을철 수확을 앞둔 작물들의 성장이 더딘 채로 머물러 있는 동안, 과습된 토양으로 인해 호흡을 할 수 없어 뿌리가 썩거나 선충과 같은 병해충에 피해를 입게 된다. 뿌리 위도 상황이 좋지 않다. 습도가 높아 흰 가루이나 나방과 같은 병해충이 몰리고, 이런 피해가 잎에 누적되어 광합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농부들은 여름 장마보다 가을장마가 더 고약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겨울에 눈이 적게 오면, 봄에는 지하수가 고갈되어 물이 부족해진다. 겨울에는 갑작스러운 폭설로 작물이 동사하거나 시설 하우스가 주저앉기도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 화석연료 사용을 중지하더라도 현재 진행되는 기상이변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이 도와주지 않는 농사는 성공할 수 없다. 농사가 불가능하다면, 농촌이 존재할 수 있는 공식은 성립될 수 없다. 때문에 기상이변이 미치는 영향은 특정 농산물 가격 상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해 누적으로 인해 농사가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농부가 떠나면서 농촌이 급속도로 해체된다는 점이다. 이후 도래할 미래는 대한민국 식량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환경을 통제하다, 스마트팜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대안에 다가가고 있다. 바로 스마트팜 Smart Farm이다. 스마트팜은 센서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조건을 설정하여(또는 농장주가 설정하거나) 자동으로 환경제어가 되는 것을 총망라한다.


측장 및 천장의 개폐, 관수, 유동팬 작동, 이산화탄소 살포 등의 물리적 작용뿐 아니라 토양의 산성도 및 영양 상태를 확인하여 필요한 만큼 노즐을 통해 공급할 수 있다. ICT 기술을 기반으로 작용하며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 나은 생육 환경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스마트팜은 작물뿐 아니라 농부에게도 유용하다. 가끔 공무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 진입하겠나'라고 물어볼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농부를 농지에서 독립시켜라’


이 말은 취지는 농업에만 국한된 지원이 아닌, 문화생활 등 사람들과의 유대를 키울 인프라 확충을 의미한 것이다. 농지에서 벗어났는데 갈 곳이 없다면 곤란하다.


하지만 티 안 나게 바쁜 것이 농사일이라, 농지에서 벗어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 현장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작물에 물을 주고, 혹시 비닐하우스 문은 열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환기구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고도화된 기술이나 큰 노력이 필요 없지만, 농부를 현장에 붙잡아 둔다.


반면 스마트팜을 구축한 농가는 타이머에 맞춰 관수가 작동되고, 각 구동부에 달린 센서를 통해 문이 열려있는지, 환풍구가 작동되고 있는지를 휴대폰 어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팜 농장주는 다른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투입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농부보다 윤택한 귀농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팜 구축으로 인한 효과는 강력하다. 언급했듯 센서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는 소수점 여섯 자리까지 수치화할 수 있다. 이 뜻은 최적의 환경 제어를 소수점 여섯 자리까지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고품질의 농산물을 농지가 허락하는 최대 양까지 생산 가능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농업에도 로봇이 밀려온다


또한 농산물 생산 이외의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 조작으로 현장에 없어도 농장의 일이 가능하기에 하루 최대 3~4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시간이 모여 가공품을 개발하거나 체험장 운영에 도전할 수 있다. 하물며 정부사업에 지원할 사업계획서를 쓸 수 있고, 농업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외소득이 가능하다. 농외소득이란 농업 외 경제 활동을 통한 소득을 뜻하며, 말 그대로 농사를 제외한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근무를 말한다. 제 아무리 고소득 작물이고 소수점까지 나타내는 스마트팜이라 할지라도, 판매 상황이 좋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이때 스마트팜이라면 일을 하는 중에도 원격 작동이 가능하기에, 작물도 가정 경제도 지킬 수 있다. 농사짓기도 힘든데 무슨 아르바이트라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농민들이 갑작스러운 자연 변화에 피해를 입으며, 예상보다 더 많은 농민들이 농업 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돈, 돈, 돈


지금까지 언급했듯 스마트팜이 농부를 해방시키고, 최적의 생육조건을 찾아 생산량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런 첨단장비는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엄청난 비용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스마트팜을 지으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 수 없다. 본인이 어떤 스마트팜을 원하는지 확정하지 않았다면, 최종 결정하는 순간까지 비용은 변동될 것이다. 딸기로 예를 들어보겠다.


딸기는 생육기간 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에 온실이 필요하다. 온실은 크게 시설 하우스와 온실 하우스로 구분된다. 또한 특정 장치 없이 땅에서 지주대를 이용해 재배하는 것을 토경, 허리 즈음 높이에 흙이 아닌 배지를 이용해 생육하는 것을 고설이라 칭한다. 고설을 기준으로 배지가 담기는 것을 베드라고 하며, 특수 와이어에 매달린 형태를 행잉 베드라고 한다. 거기에 환풍기, CO2 배출기, 양액기, 보온 덮개 등의 장치도 필수다.


여기에 스마트팜이 적용된다면 햇빛의 위치에 따라 차광막이 쳐지고, 센서를 통해 온습도를 파악한 후 환풍기 및 천창/측창이 작동된다. 배지에서 배출되는 용액의 농도에 따라 양액 농도가 결정되고, 설정한 시간에 양액이 관주 된다. 내부 Co2 농도가 높아지면 환기구가, 낮아지면 Co2 배출기가 작동된다. 이 모든 장면은 CCTV로 관찰되며, 중앙 통제식이며 데이터는 자동 저장된다. 누적된 데이터를 통한 딥러닝으로 최적의 조건을 산출하고, 반영된 조건이 ICT 기술을 통해 기계들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스마트팜을 적용한 딸기 농가의 모습이다. 이제 본인의 농가에 어떤 것을 넣고 뺄지의 결정만 남았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1000평 기준 딸기 스마트팜의 비용은 5~6억이라고 한다. ‘너무 보수적인데?’하며 기사를 클릭했더니, 농지를 제외한 가격이란 말에 바로 수긍했다.


농업을 포함한 사업을 감히 정의하자면 ‘수익은 감수하는 리스크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6억(또는 그 이상)이라는 금액도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면 응당 감수할만한 비용이다. 하지만 얼마만큼 딸기를 팔아야 6억이라는 돈을 갚는 날이 올지,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실수라도 하게 되면, 이자라도 낼 수 있을지 암담할 따름이다.


문제는 대부분 귀농인들이, 특정 성공사례에 함몰되어 자신도 가능할 거라 맹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통제 불가한 수많은 변수가 오직 자신만은 비켜갈 거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1년에 세네 번에 불과한 수확 시점에 문제가 생겨 현금흐름이 막힌다는 것은, 다음 작물을 시작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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