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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Mar 01. 2022

당신의 귀농은 3년안에 실패할 겁니다.

농촌의 현실 - 순한 맛

매출 1억의 함정


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는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을 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플레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고,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주변에서 억 정도는 쉽게 벌다 보니 '나도 그래야 한다'는 사회 동조로 볼 수도 있다. 때문에 과거에는 ‘연봉 몇 천’이 고액 연봉자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억대 연봉’의 이름표가 붙어야지 이른바 성공한 직장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직장인의 개념에서 억대 연봉의 삶은 매우 윤택할 거란 확신이 든다. 여기서 연봉이라는 것은 세금을 공제한 실제 수령액을 말하며, 억대 연봉이라는 말은 해당 금액 모두를 수령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급여생활자가 아닌 사업체를 운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순수익은 대부분, 매출의 30% 내외로 본다. 제품의 외주비율(자체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납품받는 것)이 높은 프랜차이즈 그리고 최근까지 주목받는 위탁판매의 경우 수익률은 10~20% 내외다. 그에 비해 농업 수익률은 타 산업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다만 경력 및 기술 성숙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데, 때문에 똑같은 1억의 매출을 올렸다 해도 귀농 2년 차 김 씨와 귀농 10년 차 이 씨의 실수익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이다


사실 농업으로 연 매출 1억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경우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매출 1억이 사람에 따라서는 기본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할 정도로 무의미한 숫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업체를 꾸려본 적 없고 평생 직장에 다녔다면 지금 말하는 의도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큰 액수의 매출은 매우 중요하지만, 삶의 윤택과는 관련 없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1억의 매출은 언제 가능한가?


농업을 하다 보면 한 번에 많은 매출이 발생되어 액수에 둔감해진다. 과일처럼 몇 달에 걸쳐 꾸준히 나오는 경우는 덜하지만, 단 며칠간 한 번에 출하하는 경우 면적에 따라 수천수억이 오간다. 예를 들어 토마토의 경우 하우스 1 동당 1000~1500만 원을 예상 매출로 잡는다. 여름 대표 과일인 멜론은 400만 원 선이다. 필자가 재배하는 쪽파는 300만 원 선이다.

이럴 경우 6동 기준 토마토, 멜론, 쪽파는 각각 6000만 원, 2400만 원, 1800만 원의 매출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작물은 1년에 1번, 2번, 3번씩 생산할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매출은 6000만 원, 4800만 원, 5400만 원이라는 매출을 예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보수적으로 잡은 금액이니, 농민에 따라서 최대 2배도 가능해 보인다)


해당 매출이 갓 귀농한 초보 농부에게도 가능할지 물을 것이다.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위에 언급한 금액은 주변 지인 중에서도 10년 이상 농업에 종사한 분들의 경우다. 참고로 단가가 높은 직거래를 하지 않고 중간 거래인에게 전량 넘기는 이유는(중간 거래인에게 판매할 경우, 판매가가 보다 낮다), 바로 다음 작물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회전율이 높아, 1년 전체 매출이 직거래의 경우보다 높다.


10년이 넘은 베테랑의 경우 판매보다는 생산에 집중하는 대농의 형태가 많다. 이들은 트랙터와 같은 고가의 농기구를 몇 대씩 보유하고,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고정 인원을 통해 수십수백 동의 하우스에서 작물을 생산한다. 그들의 인프라보다 가치 있는 것은 숱한 시행착오를 통한 노하우다. 그러니 농작물을 잘 길러내기 위한 시행착오는 5년, 적어도 2~3년은 필수 조건이다.


즉 귀농 후, 먹고 살만큼의 매출을 내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앞으로 벌고 뒤에서 깨지는 구조 – 농자재


작물을 팔고 나면 통장에 큰돈이 찍혀 많은 돈을 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동안 농사를 위해 소비한 비용을 따지고 나면 겨우 적자를 면한 것 같은 기분은, 농민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농사에는 돈이 많이 든다. 때문에 농민이 가장 어이없어하는 말이 ‘돈 없으면 농사나 지어라’다.


우선 생산을 위해 반드시 투입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비료와 농약이다. 비농업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땅이 스스로 회복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와 정 반대다. 땅에 식물을 심으면 땅에 녹아있는 양분으로 성장하고 자연히 땅의 양분은 고갈된다. 땅에 식물이 살고 있지 않더라도 바람에 의해 풍화되기도, 비에 침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영양손실이 있는 반면 식물의 잔사나 가축 또는 새들의 분뇨가 땅속에 유입되면 흙속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고, 분해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땅에 축적되면서 식물이 자랄만한 양분을 축적한다.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토양이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축의 분뇨나 볏짚 등의 유기물을 땅속에 넣는다 해도 문제는 속도다. 땅의 상태에 따라 유기물의 양분화(化)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때문에 문명은 화학 비료라는 것을 만들었다. 화학 비료는 작물 생육에 필요한 필수 양분(질소(N) 인산(P) 칼륨(K) 등 16가지 외 기타)을 농축시켜 빠른 시간 안에 작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병충해를 막는 농약도 비료의 탄생과 비슷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는 벌레를 부르는 성분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내쫓는 성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감자와 은행이다. 문제는 이것을 방제용으로 만들기 위해 원자재 구매, 원액 추출이라는 별도의 비용과 수고가 발생한다. 또한 자연 추출물이기에 살생력이 낮아, 농약에 비해 많게는 3~4회 더 방제해야 한다.

반면 화학 농약은 효과가 좋고 경제적이다. 게다가 3일 안에 자연 분해되는 농약도 출시되어, 과거에 비해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잔류 농약 이슈는 뒤에서 다룰 예정)


이처럼 화학 비료와 농약은 작물을 고품질로 빠르게 자랄 수 있게 하지만, 문제는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농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생산비의 20%에서 크게는 40%까지 차지하는 무시 못할 비용이다.


소리 없이 삶을 파괴하다 - 금융 이자


만약 자부담으로 농지를 구매했다면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비용에서는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대부분 농민은 농신보를 통한 특별 대출 또는 농협에서 진행되는 융자를 통한 구매가 대부분이다. 농신보는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의 약자로, 청년 창업농과 같은 국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이용할 수 있다.


대출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1~3억(스마트팜의 경우 10억 내외)의 비용을 1% 내외의 저리 및 3~5년 거치-5~10년 원금 상환의 조건으로 융통할 수 있다. 대부분은 매우 좋은 상품이라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문제는 농업이 5년 차부터 원금을 상환이 가능한 사업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3억을 빌렸다면 금리를 1%만 잡아도 1년에 300만 원이다. 5년 거치를 끝내면 6년 차부터는 6300만 원(이자 300만 원, 원금 6000만 원)씩 매년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작물을 해야 매년 6000만 원씩 이자를 낼 수 있을까? 때문에 원금 상환은 이자 거치가 끝나는 5년 차가 아니라, 빚을 지는 순간부터 틈틈이 모아야만 신용불량자의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없다. 그래서 밭을 뒤엎었다.


대한민국이 초저출산의 길로 들어선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사실 저출산은 대부분 선진국같이, 성장동력이 떨어져 경쟁이 치열해지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현상이다. 앞으로 기업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사업가도 직원을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거나, 애초에 사람이 없는 스마트 팩토리로 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 폭풍이 농촌에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시골에 얼마나 사람이 없는지, 이로 인해 농번기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지는 귀농 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사람 한 명이 아쉬워 20~30분이 넘는 거리를 달려 픽업해야 하고, 옆 농가에 일꾼을 뺏기기도 한다. 이에 겹쳐 심각한 고령화로 농촌 인력 시장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차지했고, 더 이상 내국인과 외국인의 인건비 차이는 같거나 별 차이가 없어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인지 오래되었고, 인건비 부담은 농가 재정악화에 가장 심각한 부담요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농산물 생산에 투입되는 경영비에 대해 언급했다.

 비용들은 생략할수도 없고,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것이 매출 1억을 달성해도 대부분 농가의 순수익이 3천만원이 되지 않는 이유다. 그나마도 순수익이 30%를 넘는시점은  3년차 이후부터나 가능하다. 과연 해당 수익이 커리어를 내려놓고, 전 가족을 이끌고 올만큼 매력적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언급했듯 다른 산업군과 달리 농업은 수익률이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에 달한다. 농약과 비료의 자체 제작능력을 키우고, 원금을 조금씩 상환하며 고정인력을 확보해간다면 그리 허황된 수익률도 아니다.


문제는 이 정도 경험이 쌓일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견디며, 때론 심각한 손해를 입는 시행착오를 버티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단언컨대 장담할 수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방안으로, 귀농자금과 별도로 버틸 비용을 따로 마련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많은 농부들이 손익분기를 넘는 것을 3~5년 차라고 입을 모은다. 정말 빨라야 2년 차에 소소하지만 수익이란 것이 생기기 때문에, 최소 2~3년 정도는 버틸 자금은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3년도 넘지 못하고 생활고에 못 이겨 싼값에 자산을 매각하거나, 귀농을 포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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