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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Feb 27. 2022

귀농은 장미꽃이 아닌 장미 가시다

귀농의 실체를 말하다

장미가 사람을 죽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완벽한걸 추구한다. 완벽한 마무리, 완벽한 비율, 완벽한 계획. 그리고 그 완벽함을 상징할 수 있는 여러 물건들이 있는데, 바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스스로 내뿜는 장미다. 


 장미는 엄밀히 말하자면 꽃이 아닌 나무다. 더 정확히는 관목으로 분류되며 이는 2m 이하의 작은 나무군을 의미한다. 특히 장미는 덤불 형태의 관목으로 만물이 소생하는 5~6월에 꽃을 피운다. 장미는 그 아름다움이 다른 꽃에 비해 월등하여 로맨스의 상징으로 꼽히지만, 줄기를 따라 빽빽히 돋아있는 가시 때문에 ‘순탄치 않은 사랑’ 또는 ‘음모가 도사리는 관계’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식물의 가시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된 것으로, 그 크기가 작을지라도 매서움을 뽐낸다. 꽃을 얻기 위해 무심코 손을 대었다가는 깊게 패인 상처로 한동안 고생할 수도 있다. 장미 가시가 한때 세간의 공포를 자아냈던 적도 있다. 바로 릴케의 죽음이었다. 


독일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시인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에 관심없던 사람들마저 그를 알게 되는데, 그를  죽음으로 안내한 도구가 다름아닌 장미 가시였기 때문이다. 어느날 그를 찾아온 친구들을 위해 장미를 꺽어 건냈고, 결국 장미 가시에 묻은 파상풍균으로 인해 병에 걸린다. 


사실 파상풍은 식물 자체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닌 녹슨 쇠 따위에 의해 주로 감염된다. 여러 루머가 떠돌았지만, 장미 나무를 다듬었던 가위때문이라는 주장이 현재까지 신빙성을 얻고 있다. 릴케가 사망한 1900년대에는 충분히 소독되지 않은 의료도구나 녹슨 못등으로 많은이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결국 릴케의 사망원인은 백혈병으로 밝혀졌지만, 죽음의 원인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파상풍때문에 죽기 전까지 고생했다. 


당시 릴케의 사건뿐만 아니라 소독되지 않은 농자재를 통해 병원균이 전이되면서 식물 가시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장미 사랑은 식지 않았다. 장미의 매혹적인 향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가시에 찔릴 고통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_위키피디아

아주 가끔이지만, 갓 귀농한 사람들과 대화 중 ‘가시에 찔릴 위험을 고민해본적 없는 사람들'도 보인다. 귀농이라는 달콤한 향에 취해 그 안에 도사린 위험요소들이 자신만은 피해갈 것이라 믿는 이들 말이다. 


숫자가 말한다 – 귀농하지 마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귀농에 대한 전반적인 수치들은 회의적이다. 우선 귀농인 대비 역귀농(귀농을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감)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기준 귀농인 수는 1만 7856명이며 최근 3년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역귀농 수치는 꽤나 충격적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30%, 제주의 경우 50%에 달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위의 수치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힌듯 하다. 이렇듯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알수 있는 정보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이렇다.


‘귀농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절반 이상이 포기한다’

잠시 이야기를 딴곳으로 돌려보겠다. 간혹 사람들은 나에게 ‘너 정도면 굳이 귀농안해도 잘 살텐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라는 말을 자주 한다. 과거의 나는 외국어(스페인어, 영어)를 가르치며 스페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세계여행을 컨설팅했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면서 강연의뢰도 늘어났고 책도 출간했다. 이렇게 나만의 사업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조금씩 고객을 늘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해외를 못가는 시국에 누가 세계여행을 꿈꾸고, 누가 외국어를 배우려 할까라는 생각은 얼마 못가 현실이 되었다. 6개월간 수익이 0원, 그 이후에도 변변한 매출은 없었다. 그리고 준비했던 것이 술과 강연을 합친 공간이었다. 선택한 음식은 참치였는데, 참치는 고가의 안주이고 리필을 해주기에, 식당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그 시간에 여러 주제의 강연을 접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바로 대한민국의 과도한 자영업자의 비율때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가 죽음의 길을 걷고 있다지만, 진짜 문제는 이미 포화하다 못해 스스로 몰락 직전에 몰려있었던 것이다(자영업 비율 24%, OEDC 기준 6위). 물론 이 현상은 현재의 저성장과 함께 이야기 해야겠지만, 내가 귀농전 창업을 고려했던 2018년에도 자영업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었다. 


출처 연합뉴스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자영업자 비율을 언급한 이유는, 귀농도 자영업자와 같은 길을 걸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귀농 비율뿐 아니라 산지 출하가격과 소매가격의 심각한 차이, 도농임금 및 인구격차를 통해 보이는 숫자들은, 과연 농촌에 희망이 있긴 한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럴진데 귀농에 대한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왜 귀농하는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귀농을 고려할까? 우선 정부의 입장에서 농업은 절대 포기못할 산업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여 국가간 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을 ‘안보’라 말한다. 농업은 바로 안보의 측면에 속한다. 때문에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균일하게 분배되는 지원정책(무이자 융자, 토지 임대 등)에 사람들을 몰리게 된다. 


두번째는 지자체에서는 장밋빛 위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특정 시군의 귀농 상담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그곳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여러 귀농 성공사례를 열거할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의 이름도 저곳에 올라갈 거라는 행복 회로를 돌린다. 그렇다면 귀농실패는 지자체의 몫일까? 그렇지만도 않다. 


분명 지자체에서는 여러 경우의 수를 들려줄 것이다. 문제는 성공사례만 골라서 듣는다는 것이다. 가시 돋힌 장미를 보여줬음에도, 대부분은 매혹적인 장미의 모습만 기억한다. 혹여 잘못했다가는 파상풍에 걸려 합병증에 걸릴수 있다는 릴케의 사례는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귀농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농업 자체가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업이다. 본인이 농업이 전공이 아닌 이상, 농업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의 진입이다. 이는 직장 부서를 옮기거나 식당 메뉴를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귀농은 평생을 배운 것을 내려놓고 업(業)을 바꾸던가 이민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새로운 도전, 귀농


또한 귀농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다시 말하겠지만, 가장 위험한 귀농 형태는 ‘혼자 하는 귀농’이다(홀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와 달리 부부나 가족이 가는 경우 외로움을 덜 느끼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외로움의 형태는 아니다. 


만약 본인이 도시 출신이거나 또는 시골 출신이지만 도시에서 살았다면 시골이 주는 적막감에 숨이 막혀 버릴 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골은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350원이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지하철이 없어, 차가 없다면 달에 혼자 떨어진것과 다르지 않다. 3D 상영관이나 파티가 열리는 루프탑 같은건 어림도 없다.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다. 사람이 넘치는 도시는 원하는 취미의 사람들과의 교류가 쉽다. 하지만 시골에는 그런 교류를 떠나 젊은층 자체가 없다. 나이가 있는 경우 가정이 있기 때문에 일과 후 새로운 관계를 맺기 어렵다. 그렇게 외로움에 잠식당해 술로 달래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농업은 본인 스스로가 전천후가 되어야 한다. 많은 귀농인들이 농사하는 방법만 터득하면 나머지는 잘 풀릴거라 생각하는데, 이는 구두 제작자가 구두만 잘 만들면 알아서 팔릴거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나마 구두와 같은 가공품은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년의 유통기간이 있어 마케팅을 여유롭게 운용할 수 있지만, 고구마와 같은 저장성이 높은 제품을 제외한 농산물은 유통기간이 단 몇일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오히려 농업보다는 마케터로써 재능을 펼치는 것을 추천한다.


농업의 성공률이 낮은 절대적인 이유는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대부분의 귀농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집은 먼저 사지 말고, 땅을 임대해서 자신에게 농업이 맞는지 테스트 해보세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선 시골에는 임대할만한 농지가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임대로 농지를 꾸릴경우 자신이 원했던 농업을 펼칠 수가 없게 된다. 가령 스마트팜이라 불리는 데이터를 기반한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비용의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빌린 땅에 수천 수억을 쏟을 수는 없다. 때문에 귀농 1~2년내에 자가 농지를 구입할지 아닐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제 빚의 복리가 시작된다.


귀농은 희망으로 끝날수 있을까

그렇다고 자가 농지가 생긴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유기농을 할지 관행농업을 할지, 도매로 넘길지 직거래를 할지, 가공을 할지 체험장을 할지에 대한 선택들이 강요된다. 내가 ‘강요’라고 말한 이유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위에 언급한 어떤것도 선택하지 않는 단순 농업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농업 그 자체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재 농업의 현실이다.


모든 성공 이야기는 향기롭다. 하지만 그 성공들 대부분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계획이 동반되었기에 성공이라는 꽃향기를 맡을수 있었다. 여러분의 귀농은 어떠한가? 지자체에서 건네주는 수십명의 성공사례에 혹하지는 않았는지, 텔레비전 속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갑부들의 이야기에 평정심을 잃지 않았는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반복하지만 대부분의 숫자(데이터)들이 귀농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이 귀농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시에 찔린 고통을 감수할 만큼 장미 꽃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면, 당신의 귀농은 실패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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