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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Oct 13. 2018

그 날의 회식

  예전 회사의 팀 회식에 갔다 왔다. 퇴사 한 지는 이제 6개월이 지났고, 두 번째 참석하는 팀 회식이었다. 퇴사를 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만나자 마자 아무 느낌없이,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반가운 사람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만나자 마자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들 간에 의례 하는 안부 확인하기조차 거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 밥을 먹고,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떠나왔지만 떠나기가 너무 어려웠던 그 만큼 반갑고 좋았다. 그리고 딱 그 만큼 요즘 내 삶에서 결여된 것들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도 회사에서 볼 것처럼 인사를 했다가, 이제 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깜짝 놀라 조금 더 깊은 인사를 나눴다. 팀장님은 인사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는데, 팀장님도 내일도 보는 줄 알고 착각했다고 했다. 버스에 타서 계속 손을 흔들었는데,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었다고. 팀장님은 첫 번째 참석했던 회식 때처럼 다음 날 아침에 잘 지내고, 또 보자는 말을 따뜻하게 해 주셨다. 내일도 오늘처럼 그저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상들이 이제 약속이 아니면 가지기 어려운 특별한 순간들이 되어버렸다. 현재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내가 일상이라고 지겨워 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꽤 특별했었다는 것을 역시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변함은 없을 것이다. 나는 고마워할 줄 모르고 지겨워하고 회사생활에 불만이었을 지 모른다. 그리고 그 나름의 불만과 어려움을 토로하며 또 지내오고 있었겠지. 돌아보면 회사생활엔 그런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나에게 이전 회사에서의 기억은 대부분 따뜻하고 즐겁게 남아 있다. 어떤 일을 해 왔느냐는 앞으로 경력을 쌓아 가는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과 일을 해 왔느냐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지의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는 나는 늘 운이 좋은 편이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어려워하는 만큼, 멀어지는 것도 어려워하는 나다. 올해 들어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눴던 사람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경우가 계속 만들어 진다. 요즘 들어 더 공허한 기분이 계속 드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이겠지. 비워진 만큼 다른 사람, 다른 것들을 하며 채워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은 아직도 이불 속에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수록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 지금 대화하고 있는 그 사람, 오늘 저녁에 만날 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한다. "다음에 잘 할게요." "다음에 밥 먹어요"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나중에 얼마나 지키기 어렵고 후회가 될 말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 지금 함께 일하고 대화하는 따뜻하고 선한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6년 후에 우리가 서로 다른 곳으로 각자 떨어지게 된다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면 그 때도 나는 오늘처럼 그 사람들을 안타까워 할까. 나는 그 사람들에게 각별한 존재일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오늘 이 순간 그들과 어떻게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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