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연작
가을이 타고 있을 듯한 기차를 기다리며 쓴다.
몇 번을 거쳐 갔는지, 몇 번을 이곳에서 내렸는지 곰곰이 떠올려 본다.
열네 살, 야구를 보러 가기 위해 자주 오르내리던 곳이었다.
대구역에서 내려 시민운동장까지 걸어가는 데는 20분이 걸렸다.
스무 살 무렵, 대구역은 중요한 약속 장소가 되었다.
플랫폼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서른을 앞둔 나는 벤치에 앉아, 정면에 우뚝 솟은 녹색 철창을 바라본다.
그 철창은 바깥과 내부를 가르며, 플랫폼 안에 또 다른 내부를 만들어낸다.
철창 너머로 아슬하게 이어진 육교 위에서, 나는 많은 밤을 울었다.
철 지난 슬픔은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간다지만, 새로 칠해진 녹색 철창은
조금도 바래지 않은 채 여전히 선명하다.
그해, 호각을 불어주는 역무원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앉을 만한 벤치조차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참으로 사소한 슬픔도 육교 아래의 커다란 소음 앞에서는 한없이 증폭되어 나아간다.
종종 행동이든, 감정이든, 삶이든 어찌할 수 없는 방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기차가 선로를 따라 나아가듯, 감정도 제어할 수 없는 방향을 띠곤 한다.
피차 요즘도 불안을 느끼는 건
연속된 공간에서 느끼는 미묘한 단절에 있다.
낡은 기차가 서는 대구역 플랫폼과
녹색 철창 너머로 밝게 흔들리는 네온사인
대구역 분주한 대합실과
발아래 시끄러운 지하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