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일기
어제는 중요한 일을 했다.
나 혼자만 아는 일이고, 나에게만 중요한 일이다. 사실 그게 중요한 일인지 아닌지도 두고 봐야 안다. 시간이 흐른 뒤 '굳이 그런 일을 벌였다.' 싶은 일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대로 '어떻게 혼자 그런 일을 해냈어, 대단하다.'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뭐, 한참 지난 후에 이 일이 어떻게 기억되고 평가되든, 나에게는 기념할 만한 순간이다. 오래 해왔던 일을 마감하는 순간이니 그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껴도 된다. 하지만, 역시나, 그 순간에는 별 감정이 없다. '끝났다' 같은 함성이 튀어나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음, 드디어 끝났군.' 아니면 '끝이 나긴 나는군.'이 더 내 감정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고 이게 별일이 아니게 되면 내가 그런 일을 했었다는 것과 어제 내가 그걸 마치면서 느낀 소회도 잊힐 거다. 반대로 시간이 지나고 이게 대단한 일이 되면 내가 그런 일을 했었다는 것을 두고두고 곱씹을 것이다. 내가 그걸 마칠 때의 기억과 그때의 소회도 좀 더 드라마틱하게 꾸며내 떠벌일 수도 있을 테고.
뭐가 됐든 나는 뭔가를 했다. 그리고 사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