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철학의 중요성

어제의 일기

by 교우

계엄의 여파가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누군가는 한 밤의 해프닝이라고 했지만, 그게 그럴 리가.


뉴스는 끝이 없이 생산되고, 나는 끝없이 뉴스를 펼쳐 본다.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그걸 들여다보지만 달리 안 볼 수가 없다.


온갖 사람들이 등장하는 뉴스를 보면서 상상해 보게 된다. 내가 그날의 누구였다면.

내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한 밤에 펼쳐진 그 일은 무차별적이게 폭력적인 일이었다. 선포 자체로 폭력적인 일이기도 했지만, 급작스럽게 누군가에게 예고도 설명도 없이 행동 의무를 부여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 일이 무슨 일인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어디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 알지 못한 채로 행동 강령만을 받았을 뿐이다. 그들은 곰곰이 생각할 시간도, 책을 찾아보고 자료를 찾아볼 시간도, 누군가와 상의를 해보고 조언을 구할 시간도, 모조리 부여받지 못했다. 그들 대부분은 외로운 찰나의 시간만을 허락받았을 뿐이었다.


계엄이 선포되어도 국회의 표결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던 한 사령관의 눈물의 고백이 아프게 다가왔다. 깊은 자괴감이 느껴졌다. 그날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라는 회환이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뉴스를 본 나는 안다. 그날 그가 망설이고, 주저했기에, 계엄은 한 밤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을.


학교에서 윤리는 쓸데없이 왜 배우나, 철학서 아무리 읽으면서 머리를 쥐어뜯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것들이 밥 먹여주나 싶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써먹을 지식을 배워서 당장 써먹고, 돈 되는 기술을 배워서 돈을 벌어야, 가르치고 배운 보람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머리에 집어놓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천재라도, 존경받는 어른이라도, 위대한 권력자라도, 그건 그렇다. 그게 인간의 한계 아닌가. 그렇지만 누구나에게 반드시 온다. 아무도 나에게 정답을 말해주지 않고, 무엇도 나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는, 찰나에 인생을 가르는 순간이. 그때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그때 나로서 선택하기 위해, 그래서 우리는 배우고, 고민하고, 성찰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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