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기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늘은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들이닥쳤다.
아침부터 환영하지 않는 손님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내가 아무리 거절해도 듣지 않고 나를 찾았다. 나는 경찰에 그를 신고해 그를 쫓아냈다.
심호흡을 하며 책상 위 놓아둔 잡지를 들어 넘겼다. 심사평을 확인하려고 미리 주문해 둔 잡지였다. 내가 쓴 글의 제목이 또렷이 거기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내가 지은 제목과 그 제목을 가진 내가 쓴 글에 대한 감상을 곱씹어 읽었다. 가슴이 두근거린 반가운 선물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아이는 산타를 의심하면서 동시에 산타를 기다린다. 나는 아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산타인척 흔적을 남긴다. 올 한 해 아이는 산타의 존재를 의심할 만큼 훌쩍 컸다. 나는 아이가 한 해를 충실히 커서 선물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아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때에 맞춰 선물을 준비한다.
어른은 시시때때로 들이닥치는 불행과 행운에 몸을 맡기며 살아간다. 어떤 때는 할만하다가, 어떤 때는 진저리 치게 싫다가, 어떤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게 기쁘다. 아이는 어른이 준비한 알맞은 기쁨을 누리면서 파도에 맞설 힘을 기른다.
오늘만큼은 어린아이와 병든 이와 힘이 없는 이들에게 축복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겪었지만, 좋은 일이 나쁜 일을 압도한 날이었다. 그랬다면 축복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