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의 나무들

어제의 일기

by 교우

매일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4차선의 도로가 있다. 도로 중간에는 중앙선 대신에 키 낮은 나무들을 주르륵 심어 두었다. 나무들은 누가 한 날, 한 시에 심어서 매 해 가지치기를 해 준 듯, 똑같이 동그란 모습에 키도 같다. 초록 페인트를 뭉쳐 줄줄이 꽂아 놓았대도 믿을만하게 고만고만하게 똑같다.


하지만 간간이 죽은 것들이 눈에 띈다. 죽은 것도 똑같은 키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서 있지만, 그 색이 다르다. 그것들은 바싹 마른 갈색 페인트를 뭉쳐 꽂은 것처럼 생겼다.


같은 종자로 태어나 같은 땅에서 같은 비바람을 맞으며 살아왔는데, 왜 그것들만 죽어 버렸을까. 특별히 그 나무만 약하게 태어났을까, 아니면 특별히 그 나무만 못살게 군 버릇 나쁜 벌레가 있었을까, 아니면 그 나무만 번개라도 맞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 나무만 뿌리 뻗기를 게을리했을까.


그 죽은 나무도 자기만 단명할 운명일지는 몰랐을게다. 그저 그 나무는 어느 날 그런 운명에 놓였을 뿐. 마치 세상 모든 일에 이치가 있고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 죽은 나무는 그저 덤덤히 죽은 채로 말라붙어 있다. 그 나무는 죽으면서 자기 운명을 탓하지도 않았을 테고, 자기 잘못을 후회하지도 않았을 게다. 그리고 아마 해가 바뀌고 어느 사람이 와 그 나무를 뽑고 새 나무를 심을 때까지 그 자리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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