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싫어하던 한 입, 좋아하게 되기까지(5)

by 맛있는 피츠

오늘도 제우는 퇴근길에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야근을 마치고 어두운 거리로 나서자, 하루의 피로가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 듯했다.

늘 그렇듯 혼자 걷는 퇴근길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다.


집 근처 마트를 지나던 제우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마트 앞에 진열된 신선한 과일과 채소들 중에 붉은빛을 띠는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매끈하고 반짝이는 토마토들이 그물망 속에 담겨 있었다.


제우는 잠시 멈춰 서서 그토록 싫어했던 토마토를 바라보았다.

‘토마토….’ 그는 자연스레 오늘 점심시간이 떠올랐다. 유리가 자신에게 토마토 요리를 권하며 활짝 웃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한 번만 먹어봐, 후회 안 할걸.”

유리의 밝은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제우는 토마토를 손에 들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나도 토마토를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유리 덕분에 조금씩 바뀌어 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는 처음으로 토마토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제우는 그물망에 담긴 토마토를 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인생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토마토였다.


집에 돌아온 제우는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그러나 냉장고 속은 텅 비어 있었다. 먹을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한참을 고민하던 제우는 결국 가벼운 한숨을 쉬며 결심했다.

“그냥 오늘은 라면이나 끓여 먹자.”

라고 중얼거리며 그는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신라면을 꺼냈다. 익숙한 빨간 봉지가 손에 쥐어졌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제우는 문득 낮에 먹었던 계란토마토 요리의 맛을 떠올렸다. 예상 밖으로 맛있었던 그 조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라면에 토마토를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한번 시도해보자.”


제우는 토마토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물에 씻고 잘게 썰었다. 그리고 끓는 물에 신라면과 함께 토마토를 넣었다. 라면에서 익숙한 매운 향기와 함께 토마토의 상큼한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제우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계란을 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먹었던 계란토마토의 부드러운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라면 국물에 풀어 넣었다. 노란 계란물이 라면 국물에 퍼지면서 라면은 더욱 풍성한 비주얼을 자랑하게 되었다. 계란의 부드러운 식감과 토마토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라면은 새로운 도전이자, 제우만의 작은 성취였다.


‘이게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몰라.’

제우는 젓가락으로 라면을 한입 집어 들고 입에 넣었다. 국물의 매콤함과 함께 토마토의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예상치 못한 조화가 일어났다. 신라면 특유의 얼큰한 국물은 토마토의 새콤달콤한 풍미와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계란의 부드러움은 라면의 식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토마토의 상큼함이 국물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입안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매운맛 뒤에 따라오는 달콤한 토마토의 여운이 자꾸만 다음 한 입을 부르게 했다. 계란은 국물 속에서 적당히 익어 촉촉하게 퍼지면서도 부드러운 텍스처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면발은 국물과 계란의 풍미를 머금고 있어 씹을 때마다 매콤하고도 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이 맛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제우는 감탄하며 국물을 한 번 더 들이켰다. 얼큰한 맛과 부드러운 계란, 그리고 토마토의 상큼함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한 그릇 안에 작은 요리가 완성된 것 같았다. 라면 한 그릇이 이렇게 다채로운 맛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제우는 라면을 먹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이 새로운 조합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 그릇의 라면이 주는 위안이 이렇게나 클 줄이야.


유리 덕분에 시작된 작은 변화들이, 이제는 제우의 일상에 크고 작은 즐거움을 더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제우는 문득 유리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 깊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 모든 변화는 유리씨 덕분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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