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제우는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커다란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고 예상치 못한 상자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송장을 확인한 그는 순간 미소를 지었다.
“보낸 이: 엄마.”
“엄마네?”
제우는 혼잣말을 하며 상자를 집 안으로 들여왔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보낸 소포였다.
묵직한 무게와 함께 전달되는 어머니의 정성이 제우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상자를 열자마자 어머니의 세심한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깔끔하게 얼려 냉동 포장된 김치찌개, 된장찌개, 카레가 1인분씩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포장 위에는 정갈한 손글씨로 “김치찌개”, “된장찌개”, “카레”라고 적혀 있었다.
어머니가 하나하나 라벨을 붙이며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지 상상하니 제우의 마음 한 켠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많이…”
제우는 냉동 찌개팩을 들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까 걱정된 어머니가 마치 군대 보급품처럼 한 달 치 식사를 챙겨 보내신 것 같았다.
상자 맨 위에는 작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제우야, 서울 생활 힘들진 않니? 밥 거르지 말고 몸 챙기면서 지내라. 이거 먹으면서 엄마 생각도 좀 해라. -엄마”
제우는 메모를 읽으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어머니의 필체가 선명히 남아 있는 쪽지에 담긴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그리움이 한순간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메모를 곱게 접어 상자 안에 다시 넣으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엄마, 고마워요.”
제우는 상자 속 음식을 하나씩 꺼내다 잠시 손을 멈추었다. 그중 카레 포장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어머니는 늘 카레를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셨다. 바쁘신 부모님 덕에 제우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많았다. 배가 고프면 냉장고를 열어, 차갑게 식은 카레를 꺼내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곤 했다. 신기하게도 데우지 않은 차가운 카레는 어린 제우에게 더 특별한 맛으로 느껴졌다.
밥 위에 얹어진 차가운 카레가 서서히 퍼지며 밥알 하나하나를 감싸 안을 때, 그 독특한 온도차는 신선하고도 묘한 감각을 남겼다. 따뜻한 밥과 시원한 카레가 어우러진 그 맛은 어린 제우에게 작은 위로와 만족을 선사했다.
“밥은 뜨거운데 카레는 차갑게…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제우는 손에 들린 포장된 카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시절, 차가운 상태로 혼자 먹던 카레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순간들이 어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담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