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벌어지는 보랏빛 소란
삼 년 전, 시골집을 지었을 무렵
친구가 작은 라일락 한 그루를 건넸다.
조그만 키로도 당당히 봄을 밀어내던 녀석.
수다스럽게 흔들리는 잎사귀마다
친구의 장난스런 얼굴이 피어났다.
그 이름마저 ‘미스김라일락’.
김씨 둘이라 특별히 골라봤다는
그녀의 기발한 멘트.
김씨 라일락은
무럭무럭 그리고 꾸역꾸역 컸다.
제 몸집 불리기에 만족하지 않고
바닥에서도 삐죽삐죽 새순을 올렸다.
그리고 누가 달력이라도 넘겨준 양
정확히 봄마다 피었다.
오밀조밀, 수다스럽게.
라일락 꽃말이 ‘첫사랑’ ‘우정’이라던데.
나무에겐 꽃말이 필요 없었다.
친구 스스로 나무 꽃말이
되길 선택했으니까.
지난주 꽃망울이
제법 부풀어 올랐더니,
주말이면 마당 한가득
보랏빛 소란이 펼쳐지겠다.
찰나의 향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취향이다.
금요일 밤 무작정 차를 달려야겠다.
기특하게 피어난
그 친구의 얼굴을 마주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