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선물은 핑계고
"작은 선물이에요."
"너 생각나서 샀어"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후쿠오카, 뉴욕, 퀘벡,
방콕, 보라카이, 치앙마이—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가방을 뒤적이며 무언갈 꺼낸다.
선물을 채 뜯기도 전에 도착한 마음.
각기 다른 도시의 공기와 온도를 지닌
기념품들을 마주할 때면,
왠지 더 커다랗게 감동받곤 한다.
요만한 일로 얼굴까지 빨개질 일인가 싶어
"나 늙었나봐" 아무 말이나 해보지만,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길지 않은 일정, 부족한 시간,
복잡한 골목, 한정된 선택지 속에서
망설였을 그 혹은 그녀의 손끝을 떠올린다.
화려한 포장지로 감싼 과자와 젤리와 말린 과일,
앙증맞은 크기의 메이플 시럽,
형광색 서핑보드 모양 나무 키링,
솜사탕(!) 맛의 파란 색(!!) 초콜릿,
지역명이 선명하게 새겨진 유리잔,
작은 비즈를 엮어 만든 머리끈,
이국적인 차향의 북마크까지—
이 많기도 많은 기념품 옆에
가만히 머무르는 건
그 누군가 나를 위해
잠깐 멈춘 마음.
어쩌면 그 마음이,
선물보다 먼저 도착해
더 오래 남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