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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Dec 11. 2023

자동차 점프!

2023년 12월 11일의 꿈

 운전석의 좌석 높낮이 기능이 고장 난 건지 너무 낮게 세팅되어 있어서 도로가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 도로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앞차와 간격이 너무 좁혀지고 있어 브레이크에 발을 내디뎌 보지만, 아쉽게도 내 다리는 너무 짧다. 브레이크에 닿을락 말락 하는 다리에 온갖 힘을 주어 브레이크를 밟으려 노력하지만 내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앞차와 부딪힌 내 차는 공중으로 붕 떠 오르기 시작한다.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력으로 앞차를 박아버렸고 그 충격으로 내차는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핸들을 꼭 잡은 나는 눈앞에 보이는 도로에 안정적으로 착지하기 위해서 무언가 노력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차는 전복되지 않았고 그 어떤 충격도 없었지만 속도는 줄여지지 않았고, 그렇게 계속 오르막길로 향해 달린다.


 뺑소니는 안되는데, 멈추치 않는 자동차는 놀라운 에너지로 오르막길을 달리기 시작하더니 커브길에서 결국 도로 이탈을 해버리고 그렇게 나와 자동차는 도로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낼 수 없다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발이 잘 닿지 않는 엑셀에 힘겹게 다리를 뻗어 속력을 내는 순간, 자동차는 공중으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추락은 면한 그 순간, 현실적인 내 두뇌는 이 차의 놀라운 기능에 대해서 감탄하기보다 앞전에 교통사고를 낸 차는 어떻게 됐는지, 다친 사람은 없는지, 합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옥에 가는 건지 걱정에 휩싸여 운전면허를 딴 그 순간을 몹시 후회하고 있었다. 그냥 택시나 타고 다닐걸, 왜 이 위험한 걸 끌고 다니겠다고 면허를 따서 인생을 망쳤나 하는 원망과 자책만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난 점점 커지는 걱정의 쓰나미와 함께 좀 더 깊은 숙면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정확히,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뒤 2016년 즈음 운전면허 실기 시험이 엄청 간소화되었던 그 시기, 움직이지 않는 차에서 실기를 합격하고 도로주행 준비를 위해서 남편과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분당에 살았던지라 도로엔 서울만큼 차가 없어 안성맞춤이라 생각했었지만 운전은 생각보다 나에게 엄청나게 큰 관문이었다. 전문 강사가 아닌 남편은 운전자 시트를 내 키에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운전이 처음인 난 원래 이렇게 차 도로가 안 보이는 상태에서 운전을 해야 하는지 알았었다. 남편 앉은키에 맞게 세팅되어 있던 운전석은 나의 시야를  반이상 차단해 버렸고, 이렇게 어렵게 운전을 해야 한다는 좌절감에 난 그 자리에서 운전을 포기해 버렸다. 


 물론 5년 뒤 해외살이를 위해 강제로 면허를 취득하면서 운전시트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엄청난 원망을 부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종종 운전하는 꿈을 꿀 때마다 내 시야는 반정도만 자유 로운 상태로 날 여전히 괴롭게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서울에서 운전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지금, 이런 꿈을 꿀 때마다 인류 평화를 위해서 난 택시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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