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0일의 꿈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난 빵집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겨우 발견한 빵집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완벽히 closed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부리나케 뛰어가 빵집에 남은 빵들을 스캔했다. 대부분의 빵은 거의 다 팔려 선반은 텅텅 비어 있었다. 다행히도 위쪽에 아직 컷팅 전인 통식빵 몇 개가 눈에 띄웠다. 평소에 식빵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원래 목적이 식빵이었는지 반가워하며 식빵을 사려는 그 순간이었다. 식빵 하단 구석에 상당히 맛있어 보이는 버터를 발라 구웠는지 노릇노릇한 식빵이 눈에 띈다. 그런데 여느 식빵과 다르게 페스츄리처럼 겹겹의 층이 눈에 띈다. 부드럽고 고소한 페스츄리를 좋아하는 난 바로 손을 뻗어 평범한 식빵이 아닌 하나 남은 저 식빵을 달라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주인이 식빵을 들고 나오는데, 세상에나.
그 크기가 마치 집들이용 선물로 들고 가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거대하다.
하지만 저 식빵을 다 먹으려면 며칠이 걸리려나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너무 맛있어 보였기에, 거대한 사이즈에 행복은 배가 된다. 그리고 미쳐 보지 못했던 그 아래칸엔 마늘빵 식빵도 보인다. 그 역시 크기가 3단 책꽂이만큼이나 거대한 사이즈로 다음엔 저 마늘빵을 사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계산을 한다. 계산을 하는데 가게 창문 너머로 이 집의 빵을 정신없이 먹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분명 들어올 땐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정신없이 페스츄리 빵을 뜯어먹는 사람들을 보니 이 집은 페스츄리 맛집이 분명하다. 거대한 빵에 비해 검소한 가격에 또 한 번 놀라며 한 번도 본적 없던 페스츄리 식빵을 어떻게 먹을지 상상하며 집으로 향한다.
빵보다 밥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식이 빵인 네덜란드에서 살 때도 빵집은 아이 때문에 갔었고 항상 우리 집 식탁엔 밥이 있었다. 가끔씩 밥보다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 빵집을 가면 다양한 종류의 식빵들 사이에서 크로우상을 찾아서 사곤 했었다. 식빵을 사면 다 못 먹고 버리기 때문에 기피하는 빵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나기에, 꿈에서 산 그 거대한 빵을 어찌 다 먹으려고 샀을까 깨고 나서도 상당히 걱정이 됐다. 음식 남기면 벌 받는데, 이웃집에 나눠주려고 했을까 등 현실적인 고민으로 잠시 아침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거대 빵도 빵집 입장에선 안 팔리면 처치 곤란한 재고인데 문 닫는 시간에 딱 맞추어 구입한 내가 참 반가웠겠구나 생각이 든다. 더 웃긴 건 이 글을 쓰다 보니 식빵이 당겨서 몇 주 전에 다 먹지 못해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생식빵을 뜯어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분명히 난 식빵을 별로 안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오늘따라 유달리 고소하고 부드러운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