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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May 03. 2019

자신도 남도 빛내지 못하는 사람

시부모는 부모가 아니라고 알려주나?

" 어머니 만두가 진짜 예술이에요. 제가 여태까지 먹어 본 것 중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만두예요"

결혼 초반에 남편의 친구가 놀러 왔었다.
우리 부부는 중국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명절에 서울에 잠깐 와서 시가에 며칠 묵는 동안에
남편의 친구를 맞이했다. 그 친구는 남편의 고교 친구로  집에 드나들던 어린 시절부터의 동네 친구인 셈이라 우리 부부가 왔다고 하니 반갑게 달려왔다. 우리가 있는 시가(남편의 본가)에 와서 시엄마가 끓여 준  만둣국을 먹고 나서 시엄마에게 연신 칭송을 했다. 너무 맛있다고 두 그릇을 먹으면서 계속 맛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만두는 내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서 시가에 가서 시가 어른들과 먹으라고 보내주신 만두였다. 내 어머니는 김치 담그는 솜씨가 유명하셨던 분이라 그 맛있는 김치로 만든 왕만두 역시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것이었다.

" 야 이게 뭐가 맛있니? 내 입에는 별로이고 짜기만 하다"

그때 시아버지의 이런 대꾸는 우리의 식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엄마는 아들친구의 계속되는 칭찬에도 어떻게 말해야 하나 감을 못 찾고 있는 표정으로 아무 대꾸도 없었다. 사돈이 만든 거라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을 과잉반응을 했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내 어머니의 만두인 걸 몰랐던 남편 친구의 칭찬이었다고는 해도 그 칭찬에 시부모가 이렇게 반응할 건 뭔가? 싶었다.

"우리 장모님이 만든 만두야. 장모님이 요리를 잘하시지 "

나중에 이렇게 수습하는 남편의 말에 친구는 한번 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헐~친구야! 네 장모님의 만두가 맛있다는 칭찬에 왜 이렇게 이상한 반응을 하는 거니. 내가 뭘 잘못한 거니?라고 묻는 것 같았다.

오히려 맛이 없어도 맛이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사돈이 보내주신 수제 만두였는데...


순간 나는 여기서 사람인가?
이 공간에서 나는 투명해서 안 보이나?

며느리가 이렇게 하찮은가? 나는 이런 대접을 처음 받아서 의아했다.

무척 불쾌했다.

내 어머니가 정성으로 만들어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마음을 넣어 보낸 만두였다. 난 엄마에게 이런 거 뭐 하러 만들어 주냐고 말을 했지만 엄마가 가져다 드리라고 자꾸 싸 주셔서 가지고 온 거였지만, 이런 푸대접을 하는 시부모가 정말 수준 낮아 보였다.

" 맛있지? 이 만두는 OO이 장모님 솜씨야. 그런데 OO이 엄마도 만두 잘해. 다음에 우리 집사람 만두 먹으로 한 번 더 와라~"  

내가 만일 시아버지 자리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음식 못해서 항상 자존감 약한 아내의 눈치가 보였다면 이런 말을 하면서 장모도 아내도 세워주며 둘 다 빛나게 했을 것이다.



며느리 면전에서, 남편의 친구도 있는 자리에서, 며느리의 어머니의 음식을 타박한다고 해서, 아들 장모의 음식을 비난한다고 해서 음식 못하는 열등감에 쩔어있는 아내가 힘을 얻는 건 아니다.


여러사람 민망하고 쪽팔리게 할 뿐이다.아들의 입장도 빛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며느리인 내 기분도 더럽다.


오래전 나의 신혼은 이런 식의 개떡 같은 시부모의 태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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