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유 일기

장애인용이 디폴트여야 한다

장애인용 시설이 기본시설값이 되는 세상이어야 한다

by 빽언니

다리가 부러져서 3개월 정도 휠체어신세를 진 적이 있다. 장애인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까?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집안에서는 그런대로 살만했다. 집 바깥으로 휠체어를 끌고 나갔을 때는 근처 가게에도 가기 어려웠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왔다지만 손으로 바퀴 굴려가며 전진하는 건 엄청 힘들었다.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길을 다닐 수 없었다. 나는 불과 3개월이면 이런 생활을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게 확실하지만, 평생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겨울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경험이었다. 난 그나마 휠체어라도 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 그런 경험도 없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의 이동이 얼마나 어려운지 공감을 잘 못한다.


장애인복지론 수업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모두 비장애인기준이었다. 하물며 장애인용 화장실을 만드는 것도 일반화장실 만들 때 한 칸 정도는 무조건 장애인화장실을 반드시 만들어줘야 한다는 식으로 선심을 쓰듯이 말한다. 꼴에 3개월 동안 장애인이었던 적이 있던 나는 그 의견이 진심으로 엄청 거슬렸다.


‘한 칸 정도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언뜻 듣기에는 문제없어 보이고, 장애인을 위하는 듯하지만 꽤나 오만한 선심일 뿐이다.


나는 손을 들고 그냥 모든 공공화장실은 모든 칸이 장애인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소가 협소하면 딱 한 칸을 만들지언정, 장애인휠체어가 어렵지 않게 들어가서 돌아 나올 수 있게 턱이 없는 넓은 공간의 화장실이 디폴트여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다.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한 칸 정도 허용하는 게 아니고, 모든 화장실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두는 거다. 그러면 비장애인도 사용하고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내 의견에 한 칸은 만들어 주자고 말했던 학생이 손을 들고 다시 토를 달았다. 우리나라 예산도 생각해야 하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니 순차적으로 하나씩 고쳐 나가면 된다고 해명을 했다. 생각이 태도다


90년대를 통째로 일본도쿄에서 지낸 나는 그때 이미 일본 도쿄의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였음을 목격했다. 장애인이나 휠체어를 탄 허약한 노인, 유모차까지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 운전기사가 내려서 조금 도와주고 어쩌고 하는 시간은 평소보다 약 1분 정도 더 소모되는 정도일 뿐이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걸 당연하게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승객들이 꽤나 멋져 보였었다. 모두 다 그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아무도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당연히 다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답게 집구석에 박혀있지 왜 길로 나와서 돌아다니냐’는 조롱이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에서 한치라도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을 때 진정한 복지가 시작되는 거다. 조속히 모든 지하철역마다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다다르는 직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다 설치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장애인용 시설이 모든 시설의 디폴트값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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