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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Jun 25. 2019

화를 낼까?징징거릴까?

이럴 때 며느리는 어떻게 하죠?

99년생인 아들이 3~4살 나이였을 때의 일인데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 이래서들 며느리는 딸이 아니라고들 하는구나' 싶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먹고사는 걱정은 없는 나의 시부모는 1년에 한 번은 동창 부부모임을 해서 해외여행을 여럿이 다녀온다고 한다. 그 해에는 발리였나 하와이었나를 다녀왔다면서 아들과 손자가 커플로 입을 수 있는 시원한 '알로하 면남방'을 주셨다. 그런데 시부모의 아들인 내 남편과 내 아들의 것만 사 왔을 뿐 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자존감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 밀려왔다. 내가 거부당한 것 같고, 정말 별 것도 아닌 일로 사람 초라하게 만든다 싶었다.


커플이면 나랑 내 남편이 커플이지!!! 

남편과 아들이 커플인가? 참 나원


내 친구들은 그럴 때 내가


'어머님 제 것은요?'

'아버님 저도 이런 옷 입고 싶었어요'라고 말을 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선물은 안 사 오셨나요?라고 말을 해서 다시 발리나 하와이를 가지는 않더라고  미안하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난 그렇게 징징거리는 귀여운 며느리가 아니었다. ㅋㅋ 나는 나쁜 시부모에게 어울리는 더 나쁜 며느리였고 성깔 있는 남의 집 딸일 뿐이다.


'어...내 선물은요?' 물론 순간 난 속으로 말했다,

그런데 왜 나는 속으로만  말했던 걸까? 내 남편의 부모인 그들이... 기필코 내 부모는 아닌 그들이  며느리만 쏙 빼고 선물을 사 오는 정도의 시부모인 그들이 내가 뭐라고 한들 나에게 미안해할까? 싶어 포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화를 낼 일도 아닌 것 같고, 당신들은 내가 투덜대야 할 정도로 친근한 관계도 아닌 거구나 싶었다.


아... 똑같이 해 줘야겠다. 이젠 국물도 없다.


난 친정엄마에게 매월 자동이체로 용돈을 보내고, 때 되면 선물도 보내고, 만날 때마다 또 현금드리고 그걸 항상 시엄마가 슬그머니 알게 했지만, 시엄마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런 나날이 지나가던 어느 날 시엄마가 부러움에  억울한 표정으로 '너 같은 효녀도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시엄마의 자녀인 내 남편과 그의 여동생은 뜯어가기만 하는 자식들이었다.


'우리 부모는 돈 많으니까 안 드려도 돼'


남편은 가난한 장모님을 만나면 용돈을 드렸지만, 돈 많은 자신의 부모는 안중에도 없었다.


돈 걱정 없는 노인들은,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돈이 많아진 경우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아끼고 모은 재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돈 많은 노인도 용돈이라고 자식이 드리는 돈이 고작 10만원뿐이라고 해도 100만원, 1000만원을 받은 것처럼 기쁜 법이다. 예쁜 내 자식이 하는 일이라 액수에 상관없이 좋아서 기쁘기 때문이다.


난 단순하지만 엄청날 수 있는 그 기쁨을 내 시부모에게는 선사하지 않았다. 난 그들이 생각하는 '자식'의 범위에 끼지도 못하는 존재니까 기대도 안 했을 테지만,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내 남편에게, 10만원으로 부모님을 1000만원어치나 기쁘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난 절대 알려주지 않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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