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없는 자식 안 만들려고...'
엄마는 우리남매가 애비없이 홀어미 손에 자라서 저 모양이다 라는 말은 안 듣게 하려고, 다시 아빠랑 재결합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그런 생각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여겨진다. 아버지가 없어서,또는 부모가 없어서 살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듯한 애들이 있다고 여기는 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생각일 수도,편견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화두를 붙들고 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엄마에게는 바로 우리남매였던거다.
우리남매가 남들 눈에 버젓해보이게 하려고 했던 엄마의 발버둥
희안하게도 아내는 때려도 자식인 우리는 때리지 않았던 아빠였기에 엄마의 재결합 명분은 있었던 셈이다.
엄마아빠에게 이혼과 재혼은 어떤 자극도 되지 않았다. 둘은 다시 원래 살던대로 살았다.아빠의 폭력은 습관이었고, 그 폭력에 저항하는 엄마의 힘없는 폭력 또한 타성처럼 반복 되었던 것 같다.
싸울때마다 난리부르스를 치고 시끄러운 우리집은 집주인들이 나가라고 내쫓는 바람에 같은 동네에서도 메뚜기처럼 여기저기로 여러번 이사를 해야했다.
나는 쪽팔려서 얼굴도 못들고 다녔다. 모두가 나를 아는 것 같았고 놀리는 것 같았다. 친구도 별로 생기지 않았고, 어쩌다 생긴 친구들 여럿 사이에서 이기적인 짓거리를 하는 애가 있어도, 난 주눅들어서 큰소리도 못치고 따라다니며 지냈다. 나 따위 애랑 놀아주기만해도 그저 황송하고 고마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