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정호승 「산산조각」
창비시선 235 『이 짧은 시간 동안』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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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조각들.
쓸모없어 보이는 쭉쟁이들.
능력없이 겉도는 걸로 여겨지는 루저들.
순하고 허약한 사람들.
기준은 뭘까?
누가 누구더러 쪼가리라고, 쭉쟁이라고, 루저라고 말할 수 있나?순하고 허약하다고 함부로 할 수 있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항상 선을 그으려 한다. 같은 족속인지 아닌지 분류를 하려 든다. 무시하며 완장질을 할 수 있게 계급 나누기를 좋아한다.
아메리칸퀼트처럼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조각조각을 모아 붙여서,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어볼 수도 있는데, 재주가 좋으면 꽤 아름다운 이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자기 기준에 안 맞으면
단정짓고,
존중하지 않고,
편을 나누고,
낙인찍고,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보려고 들으려고 하지 읺았는지도 모른다. 남을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
내 속이 답답한 법인데....
감성이나 정서가 없어서 그런지 지가 못난 건 알아채지도 못한다.
동맥경화증 걸린 듯이
인간관계하는 것들과는 마주칠까 겁난다.
그건 마치 교통사고같다.
내가 안전 운전하고 잘 달리고 있어도
웬 미친새끼가 음주운전하며 달려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다
무례하게 이기적으로
생각없이 사는 이들을 보면
음주운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가 취한줄도 모르고
하나도 안 취했다고 주장한다.
지가 쪼가리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 지적질하기 바쁘다.
지 얼굴에 똥 묻은 거 모르고
겨 묻은 남에게만 손가락질하니 참...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어서 서글프다
혼자 잘 살기도, 더불어 잘 살기도 어렵다.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