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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 일기

쿨한 척

나의 정체는 밝힐 수 없다 크크

by 빽언니
' 언니는 쿨하잖아요'


나는 이런 말을 듣고도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내가 쿨한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쿨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렇게 보인다는 건 좀 의아하다.


난 진짜 소심한 트리플 A 형이라 그런지 뭐 하나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며칠 동안 잠도 못 잔다. 나 혼자라도 결론을 내려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던지 잠이라도 잘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별로 참견을 안 하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내 주위에서 나와 인간관계를 하게 된 사람들이 생기면 나는 논문을 쓰듯이 분석한다. 그 사람을 분석하는 일에 엄청 에너지를 쏟는다. 관계있는 사람에 관한 나만의 보고서가 결론을 내리고 머리에 정돈이 되어야 그다음 행동으로 옮겨진다. 습관이다.

세 번 정도 만나보면 그 사람은 어김없이 내가 내린 분석 속의 인간형과 같이 행동하고 태도를 보여준다. 사람을 볼 줄 아는 것과는 좀 다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게 아니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집중하는 것뿐이다. 그것도 나 편하자고 하는 일이다.

그냥 한 두 번 보고 인사나 하면서 지낼 사람, 매일같이 전화하고 수다 떨어도 즐거울 사람, 뭔 일을 해도 코드가 안 맞을 것 같은 사람, 치사하고 의리 없어 보이니 오히려 훨씬 예의나 잘 지켜두어야 험담이라도 안 할 것 같은 사람 등등 용의 주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가리고 나눈다.


감성적인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오르내림폭이 있는 사람들을 난 금방 알아본다. 푼수같이 감정적이기만 한 건지, 흥분이 아니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인 건지도 구별된다.


감정적이지 않으면서 감성적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참 드물다.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쿨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기에는 친구가 엄청 많아 보인 다지만 내 속에는 친구가 별로 없다. 쿨 하게 보이는 건 마음을 푹 담그지 않는 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난 나 같은 사람을 싫어한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은 나랑 잘 지낼 수가 없다. 나는 감정적이고 푼수 같고 덤벙거려서 나의 단점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찾는다.


똑같은 것들끼리는 싫어하는 거다

내 안에 너 있다? 이런 거 정말 아닌 거다.

'난 니 속이 보이지만 넌 내 속을 몰랐으면 좋겠다'라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나더러 쿨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좋다.

나를 몰라보는 사람들이 편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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