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새로 오픈한 GYM이 있다. 여기저기 오픈 할인을 한다고 플래카드를 걸고 유혹하길래 나도 3개월 회원권 끊었다. 날이 추워진 후로 길에서 만보 걷기를 해내지 못할까 봐서다.
매일 가서 걷기를 한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걷을 수 있는 동안은 모른다.
난 5년쯤 전에 미끄러운 곳에서 넘어져서 왼쪽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었다. 수술하기도 애매하게 금이 간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부러진 거라고 했다. 수술없이 자연치유하라고 해서 꼼짝없이 집에서 3개월 가까이 휠체어를 타고 지내야 했다.
매일 2시간씩 오는 도우미 아줌마를 고용해서 편하게 지냈다. 살도 쪘고, 100프로 방콕 생활이었지만 나를 위로(?)하러 온 손님들이 많아서 심심하기는커녕 피곤했었다.
사람은 정말 처해보지 않으면 그 심정을 모르는 간사한 동물이다.
다리를 못 쓰던 기간은 불과 몇 달 동안이었지만, 나는 다리를 평생 못 쓰는 사람들을 저절로 떠올렸다. 그 마음이, 그 불편함이 어느 정도일 것이라는 게 처음으로 이해가 갔다.
다리 다 나으면 장애인들 위한 봉사라도 다녀야지...
매일 걷고 달려야겠다. 다리 다 나으면 5킬로 마라톤에 도전해 볼까?
요즘도 난 내가 춥다는 핑계로 게을러지고 내 몸뚱이를 안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그때를 떠올린다. 절실하게 뼈가 잘 붙기를, 다시 잘 걷기를 소망하며 겸손해지던 그때의 기억을 소환해 본다. 운동을 엄청 싫어하는 내가 그냥 꼼짝도 하기 싫을 때, 동기부여(動機附與)용으로 문득 그 때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어느새 바닥의 고무벨트가 움직이는 기계에 의지하며 꾸역꾸역 걷기에 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걷을 수도 없을 때가 있었지!
걷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지!
에고고 일단 만보만 채우자 ~!
장애인을 위한 봉사도 아직 한 번도 안 했고, 5킬로 단축마라톤에 참여할 준비도 안 하고 있다. 이건 나와의 약속이자 끝내지 않은 숙제로 여전히 보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