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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May 30. 2023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대

목소리 큰 사람이 조용한 사람 여러 명에게 피해를 입히는 시대

  최근에 카공족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유튜브 등에서, 카공족이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여러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서 저 영상에 등장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사람의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정상적으로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유튜브나 뉴스에 등장하는 카공족의 비율은 한 자릿수 이내의 비율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공족에 대한 동영상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은, 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쉬러 간 카페에서조차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반적인 사람들 말이다. 

 아마 가장 괴로운 사람은 카페 주인일 것이다. 음료의 값을 지불하고 자기 카페에 자리 잡은 이상 자신의 손님인 것이다. 이 사람이 자신의 카페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더라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피해를 입는 건, 카공족을 제외한 카페 내의 모든 사람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명 정도의 학생들을 맡은 담임교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학생들 중, 18명 정도는 매우 평범한 학생들이다. 착하다는 말이, 어른들에게 있어서 어른들의 속을 썩이지 않고 잘 자라는 아이들을 지칭한다고 했을 때, 이 학생들은 그 착하다는 말에 백 퍼센트 부응하는 학생들이다. 자기들끼리 잘 놀고, 적당히 공부할 줄 아는 아이들. 

  남은 둘 중에 한 명은 교사에게 있어서 약간은 부담되는 학생일 수도 있다. 이미 선행학습이 끝나서 알고 있는 것도 많고, 부모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피곤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자 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학생일 수도 있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교사를 불행하게 하는 학생은 아닌 것이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남은 한 명의 학생이다. 이 학생에게 학교는 짜증 나는 대상 그 외의 의미는 없는 공간이다.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이 학생에게 학교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로 인해 나타나는 모든 공격성은 이 학생 자신을 제외한 외부로 발산된다. 그 공격성이 교사로 향하면 교권침해일 것이고, 자기 주변의 학생들에게 향하면 학교폭력이 된다. 

  이런 학생이 자신의 교실에 등장한다면, 교사의 모든 신경은 이 학생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이 학생을 다른 학생들보다 더 사랑해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자신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심지어 퇴근하고 난 이후에도 교사는 이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몸이 아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몸의 다른 기능이 백 프로 완전한 상태더라도, 어느 일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는 것을.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 하나가 나타났을 때, 교사의 모든 신경은 그 학생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전혀 문제없는 모든 학생들이 입는다. 교사의 몸은 여러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권의 개념을, 80~90년대의 학교를 다녔던 나와 같은 세대들은, 마음대로 학생들을 때려도 됐었던 그 시절의 교사들을 떠올리며 부정적 견해를 보이곤 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해 주며 최소한 교사에게, 위와 같은 학생들에게서 다른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주곤 한다. 교사에게 그런 권리조차 없다면 다음 피해자는 너의 자식일 수도 있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학교를 벗어나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 교사로 일할 때보다 교육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술 취한 학부모에게 멱살도 잡혀 보고, 수업 중에 잠자는 학생 깨우다가 욕도 먹어보고, 교장에게 반 관리 똑바로 못하냐며 질책도 당해 보고, 그리고 돌아와서 내일 수업을 준비하던 나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는 시간이다. 학교를 그만두고도 교육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내 마음속 상처와 같은 기억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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