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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Jun 14. 2023

세상에 쓸데없는 배움은 없다.

어떻게든 응용한다.

  교사 시절, 집에서도 학교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은 학교에 출근하면 거의 남의 일을 대신하거나 학생들의 일을 하느라 정작 내 일은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 일은 결국 집에 와서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는, 집에서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 일을 다 끝내고 퇴근한다는데, 나는 학교에 있으면 일이 계속 늘기만 하고 줄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퇴근을 잘하려면, 노트북을 챙기거나 가방을 들고 교무실을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가급적 잠깐 어디 가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이 퇴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자유롭게 퇴근은 가능했는데 문제는 학교 노트북에 있는 데이터와 내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가 달라 USB에 매번 파일을 저장하여 집에 와야 했다는 것이다. 가끔 필수 데이터를 깜빡하고 복사를 안 한 경우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학교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학교 컴퓨터와 집의 컴퓨터 파일을 동기화할 방법이 필요했다.


  돌고 돌아 결국 얻은 결론은 서버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교의 노트북에서 작업하면 작업한 파일이 자동으로 서버 컴퓨터로 전송되고,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서버의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컴퓨터에 파일을 교체해 주면 되는 것이다. 


  현재는 시놀로지 사의 NAS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때의 나는 돈이 많지 않았고, 어떻게든 이를 처리해 보기 위해 오래된 컴퓨터를 서버 삼아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냥 USB에 복사해서 가져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왜 내가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지 한탄하면서 이것저것 배운 결과 결론적으로 학교 노트북과 집 노트북의 파일을 동기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여러 사람에게 배포할 일이 생겼다. 원래 한 사람에게 만들어 줬던 프로그램인데, 입소문이 나면서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프로그램을 한 번 수정할 때마다 여러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야 했고, 덕분에 네이버 메일이 정지됐다. 몰랐는데, 네이버 메일로 계속 exe 파일을 첨부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십 수명에게 변경된 파일을 발송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다른 프로그램처럼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내 컴퓨터의 파일과 사용자의 파일을 비교하여 자동으로 파일을 동기화할 수 있다면, 그게 자동 업데이트 아니겠는가.


  당시에 고민했던 방식으로 내 컴퓨터의 파일과 배포 파일을 비교, 대조하여 변경된 부분이 있으면 자동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파일을 만드는데 결국 성공했다. 서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당시 별의별 시행착오를 겪으며 멘땅에 헤딩하던 그때의 고생이, 지금의 고생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이틀 정도 파일 발송으로 시달리다가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다. 내일부터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내 컴퓨터의 프로그램만 변경하면 자동으로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될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것이 프로그래머의 보람이다. 그 보람을 마음껏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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