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상 그 어떤 프로그램도 버그가 없을 순 없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내 프로그램에 아무런 버그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보다, 버그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합리적인 생각일 것이다.
난 뉴스를 볼 때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가 있으면 댓글까지 꼭 다 읽는다. 간혹 발견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의 논리적인 댓글들이 내 생각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댓글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거의 대부분이 욕설이고,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만 유발하는 댓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인지, 점차 이렇게 변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신 차려보니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보다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문득 이전에 학교 생활이 그리워졌다. 기억 속에서 미화된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서 당시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모두가 모두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 일하는 분위기였다. 그 당시에 발생했던 문제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뭔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을 때 그 대책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내놓더라도 서로 탓하기보다는 그 부작용을 또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토의하던 그 분위기가 그립다. 물론 당시에는 무슨 회의를 이렇게 날마다 하냐며 불만도 많았지만, 그렇게 회의를 많이 했었기에 우리 학교는 코로나 위기에서 큰 피해 없이 학기를 마무리했었을 것이다.
지금 발생하는 문제들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모든 개인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깨어지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입게 될 것이다. 내가 그 민원의 대상자가 아니니까, 나는 그런 민원 해본 적이 없으니까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각종 사건과 참변, 그리고 끔찍한 범죄들 앞에서 나와 우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다. 내가 피해자가 아님을 안도할 것이 아니라 그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논의하는 것만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나는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각 집단에서 일하는 개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각 집단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아닌 교사 개인이 악성 민원과 자꾸 부딪치다 보니 그만 깨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학교에 교장 직속의 교권보호협의회를 만들고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분위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물론 달라졌겠지만 내가 학교에서 나올 때까지도 담임교사의 학생과 학부모는 그 담임 개인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었다. 그러니 그 고통을 혼자서 참고 버티다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혼자 있으니까 약해 보이고 약해 보이니까 공격하려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교사 뒤에는 그 교사를 보호하는 학교가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 모두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이런 아픔은 다시 겪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교사를 포함하여, 모든 악성 민원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을 사람들의 문제를 지금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 누군가도 악성 민원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였으면 좋겠다.
중대재해처벌법처럼 해당 직장에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장의 총책임자가 처벌받는 법안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럼 어떻게든 자기 직장의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지 않을까. 글 적다가 갑자기 떠올린 생각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