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하는 것이 낫다.
오랜만에 책에 관심이 생겼다.
전한길 선생님이 쓴 책인데 책 제목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이다.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나도 언젠가는 내 사업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내 사업이 커지면 나도 내 회사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회사를 세워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보았지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위 책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사기 전에 습관적으로 리뷰를 보았다.
맨 위의 리뷰가 평점 3점이다. 보통 5점으로 평가하는 리뷰에서 3점이면 매우 낮은 점수다. 이 사람의 리뷰를 읽어 보았더니 후반으로 갈수록 객관적인 근거 없이 주관적인 설교만 가득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람의 댓글을 읽고 나니 왠지 책을 다 읽은 기분이었다. 5점짜리 리뷰가 훨씬 많았지만 그 리뷰의 내용이 계속 떠올랐다. 그래서 장바구니까지 올려놨던 책을 다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내가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은 게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였는지도 모를 예전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데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냥 도서관이나 책 대여점에 가서 그날 끌리는 책을 집어 들고 와서 읽으면 그만이었다. 내가 재미있으면 그만이었고, 어떤 책이든 그래도 배울 거리가 하나 이상은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들에서 배웠던 것들로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경험을 하기 전에 리뷰부터 보는 습관이 생겼다. 리뷰를 보고, 조금이라도 안 좋은 내용이 있으면 그 경험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습관도 생겼다. 책도, 음식도, 여행도, 게임, 영화도 모든 것들에 리뷰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내 경험에 남의 눈치가 개입되기 시작했다. 내 시간을 손해 보기 싫어 남의 리뷰를 보면서부터 정작 내 경험이 사라졌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취소한 책을 결국은 주문해 버렸다. 그래, 하고 싶은 것은 해야지. 책 값을 날리든 시간을 날리든 그것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닌가. 나의 것을 쓰면서 남의 눈치를 보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내 것, 내 경험, 그리고 내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