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8월은 아무래도 직장인들의 여름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주문이 좀 적었다. 크몽 수익이 거의 바닥을 찍을 뻔하였으나 다행히도 월말에 주문이 조금 들어온 게 있어 그래도 약간의 수입은 올릴 수 있었다.
나름 월초에 와이프와 여행도 다녀오고, 여름 솔캠도 다녀오는 등 휴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수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기가 어려웠다. 걱정이 걱정을 물고 또 다른 걱정을 가져오게 되어서 한 달 내내 몸은 한가했으나 우울함에 가득한 한 달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일에 묶여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있건 없건, 일이 있으면 있는 일에 치이고 일이 없으면 걱정에 치이는 나를 발견했다. 프리랜서의 '프리'는 자유롭다는 뜻인데, 나는 전혀 자유롭게 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일에 구속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문득 예전에 봤던 박명수 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왜 일이 없지'를 한탄할 시간에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씀이었다. 저 방송을 처음 봤을 때는 프리랜서가 아니었으니까 아무 감흥이 없었지만 프리랜서가 되고 보니 저 말씀이 백번 옳은 말씀이다.
이제 일을 일 순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를 일 순위로 생각해야겠다. 일이 있을 때는 일에 집중하더라도, 일이 없는 시간엔 나를 위해 시간을 써야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점심을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리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놨던 청소, 빨래 같은 내 주변의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산책도 좀 다니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일로 얻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핑계로 매일같이 혼자 술을 마셨다. 몸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또 100일 금주를 하기로 결심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시작했던 것 같은데, 이러다 연례행사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올해 여름 물놀이를 자주 다니다 보니 내가 물놀이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올해는 수영을 꼭 배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