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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섭 Jul 17. 2019

스타트업에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은

이상한 투자 제안만 걸러줘도 본전은 한다.

스타트업들이랑 일을 하다 보면, 의학 관련 자문, 의료계 네트워킹 뭐 이런 것들도 좋은데.. 다른 것보다도 다음의 두 가지만 잘해줘도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엑셀러레이팅에 대한 본전을 뽑고도 남는 것 같다.


이상한 투자자/투자제안 잘 걸러주기

적절한 Pre-A 후속 투자 유치 시점 골라주고, 좋은 투자사 연결해주기


이 바닥에서 몇 년을 보내다 보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상한 구조 혹은 불리한 조건의 딜을 아주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곳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역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런 제안이 똥인지 된장인지, 더 들어볼 가치도 없이 당연히 단칼에 거절해야 하는 것인지... 를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검색해도 정보가 거의 안 나오는) 회사이거나, 계약서에 독소 조항이 들어 있거나, 과거 투자에 대한 평판이 안 좋거나, 지분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예를 들어 20-30% 이상...), 밸류를 너무 후려치거나, 어떤 도움을 줄만한 역량/전문성이 없는 곳인데도 자기들은 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런 딜은 미끼와 같아서 물면 좋고, 안 물면 그만인 것들이 대부분인데도.. 하지만 의외로 이런 제안에도 솔깃해서 흔들리는 대표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 대표가 좋은 대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과 회사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그런 사람들은 아주 잘 이용한다.


그리고 우리 같은 투자자/자문의 입장에서는 의사결정권이 없으므로, 안타깝게도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런 딜을 덥석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마다 회의를 느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사실은 이마저도 대표의 역량이라는 범위에 들어온다고 본다. (옛날 기성룡처럼 '억울하면 네가 직접 뛰시던지'라고 대표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대표들이 불리한 딜에도 쉽게 흔들리는 배경을 보면, 앞날에 대한 불확실함, 불안감, 자기 사업의 가치에 대한 낮은 확신 때문이다. ("조건은 안 좋지만 그래도 돈 준다고 하는 사람 있을 때 받아놓을까...") 이는 결국 시드 투자와 series A 사이에서의 자금난, 보릿고개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엑셀러레이터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자금 소진 상황을 잘 보고 있다가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pre-A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도록 푸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 회사를 보다 보면, 이 부분의 중요성을 계속 반복해서 느낀다.


Pre-A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시드 투자한 이후 몇 개월 동안 최대한 사업모델과 숫자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 이 기간의 시간과 리소스가 정말 타이트하다) 그래서 너무 늦지 않은 타이밍에 추가 자금을 '좋은 투자자에게서' 수혈하게 해주는 것. 엑셀러레이터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가 시리즈 A 보다는 Pre-A 단계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투자자를 많이 소개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타이밍이 상당히 미묘한데,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스타트업은 어느새 자금 압박을 느끼게 되고 (초보 대표님들은 그 압박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 '이상한 딜' 들에 또 자꾸만 흔들리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은 자꾸만 가고, 돈은 더 떨어지고 악순환이 된다.


사실 TIPS를 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투자사나 TIPS T/O가 무한대인 것도 아니고, 또 모든 스타트업이 기술 기반은 아니니까, 결국 고민은 원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쉽지 않지만 대표님들이 주변에 이상한 제안에 너무 흔들리시지 않으면 좋겠다. 본질에 집중하고 사업적인 성과가 나오면 더 좋은 기회는 도처에 있다.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을 믿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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