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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요정 Feb 23. 2021

브런치 작가가 된 날

서로의 꿈을 응원하게 된 날

2021.2.9. 화요일.

어제 신청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1월 31일에 브런치 작가 관련한 특강을 들었는데, 그 강의를 듣고 나서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브런치 앱을 깔고도 선뜻 글을 쓰지 못해서 폰의 앱 화면에 떡하니 보였지만 모르는 척 방치를 해 온 게 벌써 6개월가량 되었던 때였다. 31일부터 3일 동안 계속 글을 어떤 걸 써야 할까 고민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어떤 것에 대해서 써야 꾸준하게 쓸 수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것은 뭘까 등등 계속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어떤 역할로써 지낸 시간은 주부로써의 시간이고, 올해 8년 차가 되었으니 결혼 생활에 대해서 일단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며 글감을 위해 에피소드 단어만 20개가량 메모지에 적어놨다. (하도 잘 까먹어서 생각날 때마다 적다 보니 거의 20개가 되었다는...) 그중에 두 가지를 올렸다.


첫 번째 글은 오늘 발행을 했던 신랑과의 첫 만남부터 우리가 썸을 타고 연애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글이었다. 아무래도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하려면 무언가 시작되는 이야기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우리의 썸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글을 쓰느라 풋풋하고 예쁘던 나의 20대 초반도 생각나고, 전과를 해서 아등바등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과는 180도 다른 나의 미친 활동성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합격 메일이 왔을 때 나는 어떻게 표현하지 못했다. 사실 글쓰기에 대해 회의감도 많이 느끼고 있던 차였다. 몇 년의 시간을 흔히 말하는 '블로그 상위 노출'을 하기 위한 블로그 원고를 쓰는 프리랜서로 일을 했기 때문에 타인을 위한 글을 계속 썼지만 정작 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지 못한 탓이었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책 한 권은 출간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다른 무엇을 위한 글이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심을 두고 있던 브런치 작가에 대한 특강을 접하게 되었고,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2월 3일에 첫 글을 쓰는데 1시간이 걸렸다.

2월 7일에도 두 번째 글을 작성하는데 또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2월 8일에 브런치 작가 신청.

2월 9일 합격 메일을 받았다.


힘을 빼고 차분히 쓰려고 하면서 천천히 써내려 간 글 두 편이 나의 공허한 마음과 낮아졌던 자존감을 채워주었다. 그 순간의 감정을 여전히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여하튼~ 그래서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신랑에게 제일 먼저 했다. 내가 너무 기뻐해서 신랑이 축하를 해주었고 이제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되냐며 농담을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어떤 글을 쓰는지 전혀 말을 안 했기에 퇴근 후에 다시 이어진 나의 합격 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내심 궁금했나 보다. 한참을 본인의 방에 있다가 저녁 늦게 뉴스 스크랩 중이던 나에게 한 마디를 했다.

"손발이 오그라 들어서 반쯤 읽고 못 읽겠더라..."라고 짧은 소감을 전해주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 혼자 읽으며 부끄럽고 어색했을 신랑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풉! 그걸 앱을 깔아서 읽었어???"라며 막 웃었다. 오랜만에 크게 웃은 날인 것 같다.


비록 신랑의 손발은 오그라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나 스스로가 인정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은 날이라 매우 소중한 날이었다. 짧게 소감을 툭 전해준 신랑에게 고맙다.



그가 나의 다른 SNS에 '꿈을 응원합니다'라고 써주었다.

나도 신랑도 서로의 꿈을 응원해줄 수 있게 되었다.



- 길고 긴 합격 소감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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