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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요정 Mar 02. 2021

여전히 정체성을 찾는 사춘기입니다

사춘기를 인정하자 편해졌다.

요 며칠 블로그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말이 이사지 그냥 새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사 전에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었는데 그냥 지금의 저를 콘셉트 화하는 걸로 했죠.

'성장하는 멍요정'이 되었습니다.

오래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정체성이라는 물음을 제가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나 봐요.

물론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만, 현재를 즐기고 앞으로를 기대하면서 살고 싶어 졌어요. 마음도 편하고 지금까지 중에 가장 정신이 건강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저는 대학원을 자퇴하고 집에서 쉬어야만 하는 상황이 될 때까지, 그리고 결혼을 하기까지 중간에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어요.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덕에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어요. 짧게 다양한 일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결국 사람 간의 문제로 그만두고 싶었고 그만두게 되면서 나중에는 돈문제까지 엮이게 되었죠. 갑이 그만두라고 하는 게 아닌 경우, 즉 제가 먼저 그만두는 경우에는 급여 날짜를 지켜가며 급여를 입금해주는 곳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자격증 문제집을 만드는 일부터 설문지 코딩, 영어학원 문제집 편집, 조기 영어 지도사 과정의 매니저, 학습지 교사, 이벤트 회사 직원, 대학병원 의사의 개인 비서, 레스토랑 매니저, 심리상담사 등등. 생각나는 대로 적다 보니 정말 다양하게 했구나 싶네요. 살짝의 자랑을 하자면 저는 일을 배우거나 문서 작업을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많은 업무 처리량 때문에 뜻하지 않게 제가 없으면 힘든 구조를 만들곤 해서 고생 좀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습지 교사는 구두를 신고 하루에 12시간 13시간을 걷고 뛰고 하다 보니 양쪽 무릎뼈가 다 돌아가서 걷지 못해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그때 5살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가르칠 수 있었는데, 저는 대체로 7~9살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된 후,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을 넣어서 우편을 보냈어요. 편지를 받고 아이들이 많이 울어서 어머니들이 전화를 걸어 아쉬움의 이야기들도 많이 하셨고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어요.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울면서 전화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었어요.



여하튼.. 저는 평소에도 작심삼일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경험했던 직장들까지 짧게 일을 했던 터라 뭔가 새롭게 다가오는 일이라던지 적성에 딱 맞는 일이라던지 이런 기분을 느낄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결혼했을 당시 신랑의 스케줄은 들쭉날쭉 이었는데, 내가 일을 하면 얼굴 보기 힘든 날들이 너무 많을 듯하여 나는 전업주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죠. 평소에도 집순이였고 요양을 하는 상황이라 불편한 점을 못 느꼈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도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서 나의 존재감과 필요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일을 할 때는 월급이라는 보상이 있고 상사나 동료의 칭찬이 있죠. 하지만 혼자일 때 나에게는 어떠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때문에 무언가 계속해보려고 아등바등했던 것 같아요. 문화센터에 강의를 들으러 가거나 어떤 강의를 찾아보거나 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들였고 그것으로 저의 목마름을 해결하려고 했죠.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망... 계속 목마름에 시달렸어요.

언어에 대한 미련이 넘쳐나서 번역가로 활동을 해보고자 돈을 들여가며 영어공부를 했지만 2번 도전을 해보고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접어버렸습니다.



최근까지도 퍼스널 브랜딩, 정체성, 캐릭터 등의 말에 많이 얽매여있었어요. 나도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걸 잘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알려 줄 수 있는 게 있는지 찾고 싶었는데.. 매일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해서 이야기를 나누니 당장 답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지금의 방황하고 목마름에 시달리는 것도 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인정했어요. 그리고 지금 나의 상황을 즐겨보기로 했죠. 힘을 빼고 가볍게 생각하려고 사고의 구조를 살짝 바꿔보았더니 마음이 많이 편해진 상태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궁금한 건 못 참아서 어떻게든 찾아보고, 흥미로운 주제가 보이면 특강을 들어보고. 이런 저를 하나로 가둬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넘쳐나는 가능성 속에서 살아보려고요.


저는 아직 사춘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더 재미있게 사춘기를 겪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성장하는 멍요정'으로 찾아뵐게요.



오늘의 길고 긴 저의 푸념과 수다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에이~ 진짜??'라고 반응하실 결혼생활 에피소드를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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