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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요정 Mar 16. 2021

생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파뤼 투나잇

생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얼마 전에 신랑의 생일이 있었다. 예전에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이벤트가 있는 날에 함께 있지 못하는 때가 대부분이라서 다른 날에 생일상을 차리고 외식을 하고 선물을 줬었다. 다행히 지금은 출퇴근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 공휴일에도 쉴 수 있고 이벤트가 있는 날 저녁에도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으며 연차도 필요한 때에 쓸 수 있다. 물론 다른 직원들의 연차를 고려하고 마지막에 스케줄을 넣기 때문에 공휴일에도 당직을 가거나 일요일에도 아침 7시부터 출근을 하는 날이 많다.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좋다고 해야 하나.. 신랑의 생일 당일, 신랑은 당직이라 늦게 퇴근하는 날이었고 회식이 잡혀있었다. 아침에 미역국을 챙겨주면 끝나는 참 편하고 심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보내면 되는 건가?'

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지만, 지금의 나는 나날이 변하는 중이니까.

물음표 하나가 떠올랐을 뿐인데 파장이 일어난 듯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정기 후원하고 있는 장애인시설에 저녁식사를 대접하자.

신랑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우리는 생일이면 파티를 한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지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축하를 하며.

왜 가족과 친구, 지인에 국한되어야 하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나는 바로 시설 측에 신랑의 생일날에 저녁 식사를 후원하고 싶다고 전했고, 시설에서도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해주었다. 오히려 너무 감사하다고 굳이 이렇게까지 하냐며 시설 선생님들이 물어보셨다. '그냥 하고 싶어서요.'라는 간단한 답변을 남겼다. 시설에는 20여 명의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계신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이라서 내가 조금 더 쉽게 실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돈이 많냐고? 나는 주부다. 비록 불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신랑이 돈을 잘 버냐고? 급여가 깎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재산이 많냐고? 우리 부부는 달랑 500만 원의 돈으로 월세부터 시작했다.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기부하고 후원할 수 있다.


요즘 기사를 보면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대표가 기부하는 이야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부 안 하는 사람도 많은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1조 1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죽기 전까지 자신의 자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서약서를 쓰는 모임이 있다고 얼마 전에 들었다. 마크 주커버그,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등의 대단한 분들이 있는 곳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김봉진 대표가 가입되었다는 내용을 보면서 사회를 선순환시키려는 노력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꼭 돈이 많아야 기부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이 넘쳐나도 아까워서 기부 안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씰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판매하며 불우이웃 성금을 모금했는데, 나는 항상 반에서 가장 성금을 많이 내는 아이였다. 어릴 때에도 우리 집은 풍족한 편이 아니었지만 내 용돈으로 최대한을 내려고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잊고 지냈다. 하루 종일 학교라는 틀 안에서 지내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이 되고 굿네이버스에서 정기후원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우연히 가입했다. 성인이 되었어도 돈을 벌지 않는 학생의 입장이었기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가장 적은 금액을 골랐다. 그렇게 매달 자그마한 금액을 정기 후원한 게 거의 14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아동보호시설에 한 유아의 후원자가 되어 있고, 발달장애인시설에도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커피 한 잔으로 주식을 산다던가 그 돈을 모으면 한 달에 얼마가 되니 매일 강제저축을 하는 상품도 나왔다. 그런데 왜 커피 한 잔 값으로도 후원이 가능하다는 건 광고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부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도 이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욕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을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며 타이핑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말을 해도 되는 부분일지 고민되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저 하나의 의견을 가진 어떤 사람이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물음표로 커진 파장으로 인해 생일에 식사를 대접하는 경험을 하고 난 후에 신랑과 이야기를 했다. 생일 때마다 이런 식으로 밥 한 끼 후원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우리 부부를 시작해서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에게 좋은 취지의 이벤트가 생겼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 나부터! 우리 부부 먼저! 꾸준히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남들이 어떻게 하길 바라기 전에 나 먼저 시작하자. 내가 꾸준히 실행하면서 보여주자. 나의 모습을 보고 단 한 명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이 나온다면 성공한 게 아닐까?


작은 이벤트가 거창하게 이야기되었지만.. 별 거 없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나 자신에게 다짐하듯 다시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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