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
그런데 아들, 지루한 시간이 너무 잦은 거 아니니?
by
필명 미정
Sep 29. 2023
지루함
그런데 아들, 지루한 시간이 너무 잦은 거 아니니?
남편을 따라 자동차 정비소에 왔다. 남편이 엔진오일을 갈아야 한다고 한다. 빠르면 30분, 길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정비소 오는 30분과 도착해서 10분간은 신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10분이 지나자 각자 핸드폰을 한다. 핸드폰도 30분 정도하고 나니 지루해진다.
아
,
남편 차에 두고 내린 가방이 생각난다. 못 다 읽은 책이 가방 안에 있는데. 남편의 차는 이미 공임 중이라 공중에 떠 있다.(자동차 정비소를 가봤다면 알겠지만, 차를 위로 올리는 장치로 차를 높이 올린 후 자동차를 정비한다.)
어떻게 지루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글을 써보기로 한다.
지루함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지루하다 :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나는 지루함을 금방 느끼는 편이다. 한 가지 진득하게 해내지 못하고,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한다. TV도 한 채널만 보지 못하고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해서 남편이 핀잔을 주곤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지루해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활동이 바로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단순히 글만 쓰는 작업이 아니다. 글감도 찾아야 하고, 글감을 찾았으면 자료 조사도 해야 하고, 자료 조사가 끝나면 구성도 해야 하고, 구성이 끝나면 그에 맞춰 글을 써야 하고, 다시 읽어보고 수정도 하고. 보다 더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쓰기를 할 때면 그 시간이 무척이나 빨리 지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내 시간 중에 지루함이 느껴질 때면 항상 글쓰기가 생각난다.
각 잡고 써야 하는 글이 아닌, 자유로운 시간에는 일단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우연찮게 좋은 생각들과 글들을 발견하게 된다. 야속하게도 각 잡고 글을 쓸 때보다 더 좋은 글들이 나온다.
그래서 나는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되는 이런 지루한 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5살 난 내 아들도 지루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장난감 가지고 잘 놀다가도 지루해져서 못 갖고 놀겠다며 금방 엄마, 아빠를 찾곤 한다.
내 아들은 아직 글을 모른다.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니, 지루한 시간에 글을 써보라고 권유할 수도 없다. 아직은 아들의 지루한 시간에는 엄마, 아빠가 필요한
것 같다.
내 지루한 시간에 글쓰기가 있는 것처럼, 아들의 지루한 시간에는 엄마, 아빠가 있다고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얼마 없을 이 기간들을 잘
누려봐야겠다
.
그런데 아들, 지루한 시간이 너무 잦은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봐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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