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에 색채가 보이는 계절

그 가을이 왔다.

by Serene Choi

가을, 이젠 보이는 풍경의 색채도 변하고 있고

옷의 차림이 길어지며 두께감도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렇게 계절이 변한 만큼, 나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무언가를 담아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내게도 무거운 짐이 덜어진 일이 있었는데

참고 있던 감정은 터졌고, 주체하기 어려웠었다.

세월이 흘러가며 생겨진 대비만큼, 감정이라는

매개체는 퇴색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어떤 관에 스케일이 끼는 일처럼 굳어버렸고

그건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던 상황인 걸 알았다.

근데 그 묵은 스케일을 벗겨내고 나니까

왠지 깨끗해지는 마음이 들면서 느낀 일, 조금은

'힘들다.'라는 것을 말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나의 속을 터놓고 말한다거나

공유하는 것은 양면성을 가지는 일이기에

신중해야 하고 그 마음을 전하기 전에

고민을 해봐야 한다. 다만 묵혀둔 마음을

덜어내는 일은 확실한 선택, 터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케일이 가득 낀 관을 교체한다고 가정해 봐도

너무 쌓여있으면 어떤 처리로도 사실 어렵다.

아예 교체를 하거나 바꿔야지만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용도 많이 들며 손도 많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묵혀두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서 퇴색이 아닌 결국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감정의 스케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했다.

'힘든 마음을 가지고 있고 묵혀두기보다는

털어놓는 게 어때요?'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지만 신중하게 말했다.

불과 얼마 전 나도 참아왔던 10년의 세월의 짐에 대한 마음을 '힘들어요'라는 말로 털어낼 수 있었고,

현실적으로도 변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을

동하게 하고 그 감정을 풀어내는 일은 상당한 수고지만, 내가 겪었던 감정과 비슷한 사람에게는 어떤 마음이 ’기인’ 했을 때, 그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서 말했던 거 같다.



나는 커피를 직업으로 가지고 나서

'변화'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온도의 변화' '디게싱, 가스가 빠지면서 변화'

'배합에 따른 변화''로스팅 포인트에 따른 변화'

'계절에 영향을 받는 추출 변화'


이처럼 ‘변화‘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항상 말했던 나는 정작 내 마음이 머물러있고 깊게 들어가 있던 것을 몰랐었다. 아니 외면했다.


그러나 이제는 덜어내고 털어내며

가벼워진 마음이 내가 보이는 시야에서

색채를 느끼게 해주고 있고

미묘하게 달라진 공간과 사람의 온도를

느낄 수 있게 된 거 같다.


오늘도 좋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오랜만에 찾은 여유, 큰 변화가 생긴 하루인 것 같다.

식어가며 긴 여운을 주는 이 커피처럼,

내가 변해서 보이는 느낌과 해소했을 때 느끼는

이 여운을 다른 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나름.. 이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생긴 거 같아서.

지금 오후에 마시는 파나마 게이샤 내추럴 커피는

이제 더욱 그 변화가 선명해서 참 맛있는 거 같다.

그리고 눈앞에 색채가 잘 보이는 가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