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참 고요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어떤 커피인지 생각이 안 나요.

by Serene Choi

옷차림이 달라진 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조금은 추워진 날씨에 조금은 입는 옷이

신경 쓰이기도 하는 계절이 된 거 같다.

그만큼 새로운 커피를 구상하는 일도

기존의 구성에서 어떤 점을 변화를 줄지

고민도 하고 궁금한 오늘이였다.


사실 ‘계절’이라는 요소는 참 좋다.

구성에 참고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절기에 맞는 걸 담는 커피는 공감도 많았다.

그렇게 새로운 제품의 샘플을 만든 오늘,

옷차림처럼 보다 풍성해진 구성을 꺼냈다.

지난날 미리 잡아뒀던 생두를 오픈하던 날,

볶으면서 정말 설레었던 기분이 있었다.

부디 어울리는 구조감을 갖추기를,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표현을 나타내주길..


결과는 오롯이 내일 아침,

컵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

다만, 지난날 만들어냈던 경험은 온전해서

어느 정도의 결과는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었는데,

항상 우리는 진행하는 일에 있어서

‘희망’을 가지게 된다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볶은 콩에서 느껴지길 바라는 것은,

복숭아, 딸기, 자두, 장미처럼 화사한 향미.

하지만 배합의 비율이나 내가 볶은 로스팅에서

조금이라도 결점이 있다면 분명 붕괴된다.


늘 그렇듯 나는 이렇게 만들면 기대를 한다.

다만 언젠가 말했던 말이기도 하고,

현재까지 자주 입에 달고 살았던 말.

나는 늘 기대라는 단어에 항상 실망을 하는 편이다.

그렇게 수시간이 지나가며 같은 반복을 해도,

끊임없이 여러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다.


뭔가 봄이 주는 에너지도 있었지만,

나는 항상 가을이 주는 에너지가 좋았다.

조금은 신경 쓸 수 있는 옷차림,

적당한 서늘함과 시원함이 공존하며

높은 하늘과 자연이 주는 고요함이 좋아서

이 가을, 이 계절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을은 실망을 하지 않게 한다.

싱그러움 보다는 아름다운 느낌,

하나하나의 요소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그림이 담기는 느낌이 와닿는다.


그렇게 그 기대와 실망이라는 감정이

농도가 옅은 커피처럼 기분은 좋지만

금방 사라지는 촉감과 여운으로 남아서,

다 마시고 나서면 잊히는 느낌과

어느 순간 떠오르는 그런 기분과 같았다.

(그렇게 이입을 하는 경우가 다소 덜했다고 할까..?)


그 희미함에서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또렷하진 않아도 언젠가 선명했던 과거는

이 계절에 찾아오는 기분과 같다고 느낀다.


불현듯 잊혔던 커피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다시 마주했을 때,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각과

이전의 감각은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다시 추억으로 묻어둔 경험이 있었다.

물론 진한 초콜릿의 향미와 묵직한 두께감,

삼키고 나서 지속되는 여운이 좋게 느꼈지만

그만큼 이전에 못 느꼈던 쓴맛이 보다 강했다.

그 이후 조금은 기억으로 남겼다.

이처럼 불현듯 떠오르는 감정이 많은 날,

특히 센티해진다고 표현하는 가을이다.

어떤 대상에, 계절에 빗대어 표현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전과 달라진 나의 경험이,

조금 더 경험을 얻은 나의 감각이 다르다.

그렇게 달라진 나로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무던하게 여러 상황을 바라보는 일인 거 같다.


그래도 무채색을 갖춰 입으면,

빛나보이는 일이 있는 것처럼.


이 계절에 풍경의 곧 보일 단풍이 표현하듯,

우리에게 하나의 색채가 포인트로 보일 테니,

지내온 시간만큼 변화가 많아진 나의 색채를

무심하게 보여주는 일이 좋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전체를 담았을 때 빛나는,

이 계절처럼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