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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Nov 24. 2015

내가 가지고 있던 열쇠

열쇠


2011년 11월 28일 아침 7시 00분
주머니에 넣은 손을 그대로 둔 채 어깨로 기대어 월요일 아침에 현관문을 연다. 온기로 가득 찬 내 몸을 반겨준 건 반갑지 않은 차디찬 한기였다. 생각지도 못한 송곳 같은 찬바람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매일 걷는 출근길인데 오늘따라 늪을 걷는 것처럼 한걸음 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날씨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축 늘어진 벌거벗은 가로수들의 인사를 애써 외면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걸음의 사람들이 하나씩 모여 어디론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한다. 각자가 선택했지만 더 이상 자신들의 꿈이 아닌 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처음부터 꿈이란 것은 없었는지 모른다. 기분 전환을 위해 선택한 모닝커피는 왜 이리 쓴 지 미간에 주름을 한 줄 새긴다.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숨에 내가 깜짝 놀라고 창 속에 비친 웃고 있는 얄미운 직장 동료들을 보며 사회의 쓴맛과 함께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네 번의 벚꽃을 만나고 네 번의 단풍을 지르밟으며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15년 11월 23일 아침 7시 50분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붉게 물든 가로수 사이를 콧노래와 함께 걷는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아래 이어폰을 타고 나오는 음악소리는 항상 보던 평범한 장면들을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으로 만든다.     
고개를 떨구고 그늘진 표정으로 무리 지어가는 인파 속에 홀로 미소를 머금고 가야 할 길을 힘차게 걷는다. 가는 길 귀퉁이에 밤새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홀로 남은 빈 맥주캔을 발견하고 조용히 그들이 있어야 할 작은 통에 옮겨둔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몇 년 만에 만난 것처럼 오버를 조금 섞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모닝커피와 함께 동료들과 웃으며 눈가에 주름을 부여잡고 승천한 광대를 어루만지며 아침을 시작한다.

내가 사는 곳, 회사, 동료.. 어느 것 하나 바뀐 것은 없었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던 열쇠를 찾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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