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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Dec 09. 2015

시계의 속삭임

"잠시 쉬었다 가세요."


시계가 멈췄다.
크기는 작지만 심심한 벽면을 채워주기엔 충분한 시계였다.
약을 갈아 끼운 지 고작 2주가 지난 오늘이었다.
시간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초침만 어디로 갈지 모른 체 제자리에서 바르르 떨고 있었다.
부러질 것 같이 얇은 몸으로 시침과 분침의 애절한 기다림도 외면한 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한 초침의 파업이 분명해 보였다.
저 얇은 몸으로 6년이라는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온 모습이 얄밉기보다는 안타깝고 대견하기만 했다.
누군가와 많이 닮아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 선뜻 떠오르진 않았다. 그 순간 멈춰 선 시계의 초침 너머로 나의 모습이 비쳤다.
언제 이렇게 왜소해졌냐며 신세한탄을 하기도 전...
한참을 숨죽여 있던 초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전 보다 더 힘찬 움직임이었다.
기다리던 시침과 초침도 아무 말하지 않고 곁으로 오는 초침을 반겨 주었다.
그저 조금 느리게 갈 뿐 그 외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계를 바라보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려던 일을 잠시 내려놓는다.

쉬었다 가란다.

세상에 많은 초침들이 쉴세 없이 일하고 있다. 잠시 쉬었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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