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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Jan 13. 2018

우리가 녹는 온도

빙하기

따뜻한 노을을 닮은 가을은 스치듯 지나가 버리고 냉철하게 차가운 겨울이 그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기 시작했다. 온 세상을 꽁꽁 얼려 버릴 것 같은 겨울은 나약해진 마음을 싸늘하게 얼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따뜻한 가족의 품을 벗어나 수많은 아픔들을 스스로 위로해야만 했고 기댈 곳 하나 없는 사회라는 정글 숲을 비틀 거리며 홀로 묵묵히 걸어 나아가야만 했다.


쉴틈 없이 반복되는 채찍질에 무뎌지기 위해 어쩌면 스스로 겨울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차라리 홀로 꽁꽁 얼어붙어 버리면 상처의 아픔으로부터 무뎌지지는 않을까...'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내 인생에도 봄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봄은 손짓 없는 기다림에 스스로 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한 추위를 동반한 겨울에 연속 일 뿐이었다.

뒤늦게 봄을 찾아 헤매어 보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린 탓에 얼어 버린 마음은 작은 온기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빨리 봄을 찾아 나섰다면 어땠을까...'

'봄이 오는데 필요한 온도는 몇 도일까?'


뒤섞인 후회와 걱정을 뒤로 한 채 언제 올지 모르는 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빙하기의 시계는 무심히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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