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싶은 기억을 더욱 담고 싶을 때!

아버지가 남긴 흔적들

by 심스틸러

"드르렁~푸~" 그날따라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우자, 그 소리가 그토록 슬프게 들릴 수 없었다.

쾌쾌한 담배 냄새와 요란한 코 고는 소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중 하나였다.


하나의 가정과 사회가 주는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져야 했던 아버지의 돌파구 중 하나가 구름 과자였을 것이다.

어느 날 유난히 힘들어하시던 아버지는 끊임없는 고민만큼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뿌옇게 몽환적으로 변해버린 방안을 겨우 빠져나왔지만 미처 나오지 못한 나의 교복은 고독한 아버지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담배 연기를 흠뻑 머금은 교복은 '흡연자'라는 오인을 받기에 충분했다.

15살 아이에게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을 책임지는 것은 한없이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것이 이해보다는 원망에 길이였다.

그렇게 담배와 멀어지고 담배 냄새가 나는 아버지에게서 한걸음 물러 섰다.


경상도 남자라는 것을 야밤에도 알리고 싶었던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는 상상 이상으로 남자답다.

2.0 규모의 여진을 품은 코 고는 소리는 밤잠이 예민한 나에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함께 여행을 가는 날이면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나 홀로 무박 여행을 해야 했다.

그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짜증의 타깃은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 이곤 했다.


잠들어 있는 아버지의 방문을 슬그머니 열어 보았다.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보고 싶을 것 같다. 그리울 것만 같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 너머로 아버지의 냄새가 코끝으로 밀려 들어왔다.

내가 미워한 만큼 시간이 지나 더욱 그리워질 냄새, 내가 짜증낸 만큼 그리워할 소리.

그리도 싫었던 것들이 간절히 그리울 것만 같다.

아니 오히려 잊힐까 봐 두렵다.

두려움에 다시금 되짚어본다.

눈으로... 귀로.. 코로 담아 몇 번이고 기억한다.

이 밤이 쉽게 잊히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싫은 기억들을 애써 지우려 하지 말아요. 시간이 흐르면 숨기고 감추려 했던 기억마저 그리워 지곤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