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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Nov 20. 2015

괜찮아 너만 그런 게 아냐

페이스북 반대편

23살의 어린 나이에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전쟁터라고 불리는 사회 속에 불안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작고 강한 바람에 쉴 새 없이 휘청 거리지만 홀로 두 다리만을 의지하며 안간힘을 다해 버텨왔다.
외로움을 피해 찾은 페이스북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였다. 투명한 모니터를 통해 웃고 있는 사람들 뒤로 비친 초라한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마치 동화 속 성냥개비 소녀의 작은 불씨가 꺼지고 환상 속 따뜻한 집과 선물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움츠려 든 어깨는 펴질 줄 몰랐고 나는 더욱 고독한 전쟁터로 빠져들었다.  

오늘만큼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잘 버텨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서있을 수 없었다.
흔히 듣던 노래와 재미있는 영상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핸드폰을 뒤적거려 친구라는 녀석들을 불러 낸다. 한걸음에 나와준 친구들은 얼굴만 봐도 웃음 짓게 하는 고향 친구들이다.
걸쭉한 사투리와 함께 소주잔을 부딪히며 안주를 해치운다. 금세 꼬여버린 혀와 함께 나의 고민을 허공에 내뱉는다.
(마치 내가 세상에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처럼...)
하늘을 나르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닥을 기고 있었다.
또다시 소주잔을 부딪힌다. 그리고 맞은편 친구도 힘겹게 입을 연다. 그리고 다음 친구도.. 그다음도..
분명 페이스북에서는 웃고만 있던 녀석들이었다. 위로의 대상은 나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고독의 전쟁터에 홀로 서있는 줄 알았다.

모두 똑같았다. 넓은 전쟁터에 한걸음만 걸으면 보이는 서로에 존재를 모르고 제자리에서 외롭게 홀로 싸우고 있었다. 어쩌면 이 전쟁터에서 내가 제일 행복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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