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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Jan 24. 2016

낯선 나와의 독대

아빠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하나의 줄기가 되어 퇴근버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 익숙한 장면들이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축축한 노랫말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낯선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멍하게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낯섦 때문이었을까..  내 모습은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넓은 밤하늘 곳곳에 숨어있는 별들을 찾아 헤매는 천문학자처럼 세상 곳곳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열정적 낭만주의자였다.
수많은 별들을 여행한 어린 왕자처럼 지구별 구석구석을 다니는 것을 즐겼고 덕분에 커다란 두 눈은 유별난 주인을 탓할 시간도 없이 세상에 아름다움 들을 담아야 했다.
내가 세운 법 1조 1항에 의거해 사나이라는 이유로 눈물과는 인연이 없었고 삶이 지루할 틈도 없이 화려한 나의 미래를 쉴 새 없이 지우고 그리는 붓없는 화가였다.

'언제부터였는가..'

목놓아 기다리는 수많은 맛집들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이별을 고했다. 나를 위한 만찬은 한참을 생각해야 기억할 수 있는 과거 속 이야기였다.
요즘 나의 식탁은 다른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고 그들이 즐길 만한 음식으로 채워지는 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 나에게 여행은 사치스러운 행위의 단어에 불과했고 미래에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타인과의 삶을 함께 그려나가기 바빴고 그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그려주기 위해 과거에 그려 놓았던 나의 미래를 조금씩  지워야만 했다.
누가 남자는 태어나 3번만 운다고 하였던가... 소중한 사람의 눈물을 보지 않기 위해 숨죽여 수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다고 하였거늘... 내가 변한 특별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변한 것도..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얽혀 버린 사색들로 머리는 복잡해졌지만 순식간에 집 앞 초인종 앞에 도착했다.
'딩동'
'누구세요?'
'나야~'
차가운 철문이 열리자 그 뒤로 따뜻한 온기와 편안함이 새어 나왔다. '아빠~~!'

내 귓불을 스쳐 들어온 단어는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없어진 모습이 가장 나다울 때 난 누군가의 아빠라 불린다.


글 : 심스틸러
그림: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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