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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Nov 08. 2015

홀로 서기

빈혈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나를 깨웠다.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왼손을 휘저어 핸드폰을 찾았다.
7시 40분... 7시 40분? 지각이다. 깜짝 놀라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핑' 눈 앞이 캄캄해졌다. 몸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고꾸라졌다.

처음이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나갔다.

"이번 기회에 귀하를 모실 수 없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위잉 위잉'
이번에도 역시 나와의 인연이 아니라는 친절한 거절에 메시지를 확인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문구이지만 볼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된다.
반복되는 실패로 인해 몇 안 되는 회사에 필요 없는 사람일 뿐인데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자신감은 잃은 지 오래되었다. 움츠려 든 어깨는 펴질지 모르고 주변의 관심과 응원마저 싫어진다.
점점 더 깊숙이 동굴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 헤어져~"

이별을 통보받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흘려보내야 했다. 닦을 시간도 없이 아파야 했다.
영원히 내 옆에 있을 것 같았던 그 사람, 내 옆에 서있던 모습이 익숙한 그 사람이 사라졌다.
지나간 시간 속에 나를 자책할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대상이 없었다.
정해진 시간마다 먹는 식사는 살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고 슬픈 노래 가사들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다시는 사랑에 의해 미소 지을 수 없을 줄 알았다.

"엄마..."

내가 힘들고 속상할 때만 찾았던 그 사람.
항상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그 사람.
그 사람은 이제 불러도 대답이 없다.
영원히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내 곁을 떠나버렸다.
과거에 그 사람이 있었던 순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방문 너머로 크게 부르면 활짝 웃으며 답해 줄 것만 같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
가슴속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여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뚫린 가슴을 애써 감추며 평생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작은 빛줄기가 들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초라하게 누워있는 나를 발견했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홀로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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