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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Nov 04. 2015

내가 잊고 있는 것들

오래된 옷



10월 어느 날 가을비가 내린다.
'봄 여~어~름 걀 겨~어~울'이라는 말처럼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찾아왔다.

기별 없이 찾아온 추위에 당황하여 옷장을 열었다.
서랍 속 깊숙이 있던 두툼한 겨울옷들을 하나 둘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옷들 사이로 낯선 옷이 눈에 들어왔다.

잊고 있었다.

10년 전에 너무 좋아해서 항상 입고 다녔던 옷이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홍대에서 친구가 골라줬던 추억을 가득 머금고 있는 옷이었다.

그 친구는 대학교 시절 아주 친한 사이였다.
많은 수업을 함께 들었고 그 시절에 할 수 있었던 많은 고민들을 소주 한잔과 함께 나누었었다.
대학시절 나의 추억 속엔 그 친구가 내 옆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나는 그 시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그 옷도 그 친구도 잊고 있었다.

조금은 오래된 그 옷을 조심스레 입어 보았다.
"지나간 세월 때문에 안 어울리지 않을까?  요즘 트렌드에 못 미치진 않을까?"
라는 걱정도 잠시 거울 앞 나의 모습은 마치 어제 산 옷처럼 조금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난 잃어버렸던 나의 소중한 추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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