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00일차] 돌아보기

30분 글쓰기, 99일을 슬쩍 돌아보다.

by 김연필

100이라는 숫자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야 100년 정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어딘지 모르게 완벽한 것 같은 숫자다. 30분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어느새 100일이 되었다. 우선 100일까지 중간에 몇 번 글을 채우지는 못했어도 빼먹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칭찬을 보낸다.


돌아보니 99일간의 글쓰기 중에 10일 정도 이런저런 이유로 30분간 글을 쓰는 일을 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좀 더 많이 빼먹은 것 같지만 그래도 100일 중에 10일이면 10%니깐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자위해본다. 써 온 글들의 내용을 훑어보니, 나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있고, 일기 형식을 빌려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 간 날도 있다. 시를 쓰거나 작사를 하기도 했다. 이것이 요즘 한창 즐겁게 놀고 있는 인스턴트 톡을 하게 된 계기이다. 내가 쓴 시나 작사에 곡을 붙여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건반과 기타노에게 전해진 것이다. 100일 동안 나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인스턴트 톡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난 100일이라는 시간을 너무 잘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소설들을 쓰기도 했었다. Her와 Shall we Tango? 이렇게 2가지 제목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둘 다 영어였네. 다음 100일 안에는 두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나도 나 자신이 궁금하다. 지금은 딱히 저 글의 뒤를 즐겁게 이어갈 마음이나 어떤 감정이 일어나지 않아서 뭐라 확답을 지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나 자신이 그다음이 궁금해진다면, 그렇다면 분명 이어나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진이 포함된 글은 극히 적었다. 사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쓰고 싶어서 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사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막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매일 쓰지는 않겠지만, 그냥 어느 한 장면을 카메라로 담고 그 장면에 대해서 글을 써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다. 언제 시작할는지는 모르지만, 조만간 한번 시도는 해보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으면 좀 더 해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겠지.


개똥철학을 마음껏 펼친 날들도 있다. 세상에 정답은 있는지, 내가 하는 말들은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알 지도 못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고 세상에 소리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내가 뭐라고 떠들던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듣는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에 나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말이다.


가끔씩 내가 지금 표현하는 이 글이 A라는 사람은 오해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연애 이야기를 적으면 옛 연인들이, 친구의 이야기를 적으면 내 친구 중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작은 오해가 쌓이진 않을까?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오해이기 때문이다. A와의 추억을 꺼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가 도달하는 곳은 B일 수 도 있고, 불특정 다수 일 수 도 있다.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꺼내고 싶은 어떤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궁금하다. 그 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 묻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의 30분 글쓰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지어내는 이야기다. 깊이가 깊냐, 얕냐, 있냐, 없냐 따위는 모르겠다. 그저 37년간 살아온 나라는 존재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맡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경험해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려져 있다가 그 순간 순간에 나오고 싶은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글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표현할 뿐이다. 30분 글쓰기는 하나의 놀이이고, 하나의 연습이며, 나 자신과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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