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발가락
그리워하는대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휴대전화의 전화목록을 남자는 10여분째 바라만 보고 있다. 터치 한번이면 걸리는 전화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남자는 두손으로 꼭 쥔 휴대전화의 오른쪽 모서리를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하염없이 두드리고 있을뿐이다. 남자는 '그녀에게 전화를 한번 해볼까?'하는 욕망이 솟구친 그 순간의 마음을 이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두 정거장전에 버스에서 내린 그녀, 그녀 때문이다. 10분전에 버스를 탔을 때, 그녀가 거기에 앉아 있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런 일은 없을텐데..'
남자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날이 좋아 바깥 경치가 보고 싶어서 평소에 타던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탄 그 순간으로 돌아가 그냥 평소처럼 지하철을 탔어야 했다고 자신의 선택을 물리고 싶었다.
생각이 추진력을 얻어서일까? 생각의 흐름을 과거로 돌렸더니, 남자의 머리속은 계속해서 과거로 흐르고 흘러 추억속에 잠들어 있던 옛사랑까지 가 닿았다. 단지 생각의 흐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니, 조금전에 버스에서 내린 그 여자, 온전히 그여자 때문이었다.
남자의 귓볼정도까지 오는 키, 귀를 반정도 덮는 숏커트 헤어, 눈이 큰 건 아니지만 쌍꺼플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는 눈, 하얀 피부때문에 더 짙어보이는 검은눈썹, 작은 몸집에 살짝 헐렁하게 걸쳐입은 린넨셔츠에 핫팬츠.
그리고 유일하게 남자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발가락..
'그래, 맞아. 발가락.. 어떻게 발가락이 그렇게 생길수 가 있는거지?'
남자는 여전히 스마트폰의 모서리를 두드리며 이 상황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이유같은건 자신이 결국 부여하게 될거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