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는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전공과 아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나 방송 시스템 관련 회사를 가는 것이 사실 전공에는 더 맞았으나,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날 사로잡은 곳은 연예인을 발굴하고 키우는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그 당시 나는 매니지먼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재미있어 보였고, 회사에서 주겠다는 기본급이면 내 삶을 영위하는데 부족함이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고 바로 다음주부터 출근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인재라고 생각했다. 마인드도 포부도 그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열혈청년이었다.
내가 맡은 포지션은 캐스팅 매니져였다. 캐스팅 매니져의 역할은 될성 부를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미래의 스타를 발굴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캐스팅을 하는 기획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강남역이나 코엑스 홍대, 명동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연예인이 될 법 한 친구들을 고르는 것이 일이었다.
팀장과 사수는 내게 캐스팅 법칙을 알려주었다. 초짜인 내가 홀로 캐스팅하러 다니는 일은 바로 오는게 아니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움직이며 이런저런 조언(?)들을 했다.
- 쫄지마라.
- 눈을 믿지 마라
- 일단 오해할 것이다.
- 자신감이 강한 친구는 일단 기를 눌러라.
-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연락처를 받아야 한다.
뭐 이런 것들이었다.
한달동안 열심히 캐스팅을 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다녔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정말 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내 마음을 하늘이 조금은 알았던 건지.. 돌이켜보면 꽤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전에 캐스팅 매니져라는 일이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었음을 말하고 싶다. 생판 모르는 사람(대체로는 나보다 어린)에게 다가가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혹시 이쪽 일을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고 긍정적인 대답을 끌어내는 일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지나치는 학생에게 다가가 저기.. 하며 명함을 내밀어도..
뭐야..
됐어요!
아.. 재수없어.
꺄아.. 변태같아.. 등등
살면서 초면인 사람한테 들어본 적이 없는 말들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참았다. 선배들의 조언을 믿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몇번의 억울한 경우보다는 의외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들이 많았다.
다음카페에 팬이 5천명 이상 있는.. 그 당시의 강동원과 비슷한 평판의 친구도 만났고, 초등학교때부터 연극을 해 온 친구도 만났으며, 아마추어 모델도 만났다. 특히 모델친구가 내 명함을 받자마자 가방에서 프로필 사진을 100여장 꺼내서 그중에 3장을 고심끝에 건네준 순간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입사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회사내에서도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회사에서는 여러모로 바쁘다보면 이라고 말했지만) 캐스팅 매니져가 재능이 있어 보이는 친구를 픽업해오면 오디션을 본다. 당연한 순서다. 그런데, 이 오디션을 캐스팅 매니져가 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회사의 변은 너무 많은 친구들을 바로 윗선에서 체크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부분을 밑선에서 거르라는 거였는데, 여기에 동의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캐스팅 매니져가 픽업해 온 꿈나무를 캐스팅 매니져가 직접 오디션을 보았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었지만, 메인 기획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