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동네에 작은 미용실이 하나 있다. 평소에 다니던 미용실은 아니었다.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몇주전에 머리를 다듬고 싶어서 들어섰다. 자리가 2개뿐인 작은 미용실, 원장은 내 또래의 여자분이었다. 평소 다니던 미용실과 비용의 차이는 없었다. 가볍게 머리를 다듬었고, 뭐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나는 특별히 기대하는 머리가 있거나 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새로운 미용실에 들어서는 것을 딱히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머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2달정도 전에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문득 파마가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라 그 미용실에 다녀왔다.
토요일 오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손님이 없다. 파마를 하러 왔다고 하니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지난번에 왔을때 오렌지색에 가까운 내 머리색이 특이하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블루블랙으로 색을 바꿔서인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뭐, 상관은 없다. 자리에 앉았더니 파마가격을 말해주며 얼마짜리로 하겠냐고 묻는다. 가격표에 적혀있는 가장 싼 파마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장사라는게 그런거지 싶었고, 딱히 그 파마가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적당한 가격에서 합의를 보았다. 머리를 보더니 일단 좀 다듬고 파마를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긴 머리가 아니었기에 일단 파마하고 자르는게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다듬고 시작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뭐,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싶어 넘어갔다. 머리카락을 자르며 색이 희한하다면서 전에 염색이나 파마를 한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전에 머리가 오렌지색이었는데, 최근에 블루블랙으로 한거라고 했더니, 아! 그때 그 분이시구나 하면서 그제서야 내가 누군지 알아챘다. 머리색이 바뀌어서 몰라봤다고 하는데, 미용실 원장이라면 그정도 눈썰미는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머리를 자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머리 염색 무슨색으로 한거냐고 묻는다. 잉? 블루블랙이라고 이야기 해 줬는데... 기억력이 좋지 않은 분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블루블랙이라고 말하자, '아! 맞다 좀전에 말해주셨었죠?' 한다. 그리고는 우리가게에서 하지시.. 이런다. 집에서 셀프염색한거라고 하니, 아..네 그러신다. 머리를 다듬고 나서 모발 보호를 위해 영양제를 발라주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 사이 다른 손님이 와서 손님 머리를 봐주고는 다시 내게로 오더니,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길이가 어중간해서 파마하기에 썩 좋은 길이가 아니라며 어떻게 말아주냐고 물었다.
순간,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부터 머리 길이를 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고 파마가 잘 나올지 안 나올지 이야기를 하고 했어야지, 지금에 와서 물어보는 건 뭐지 싶었다. 또, 안 그래도 짧은 머리라면 다듬을 때 정말 끝만 살짝 다듬을 것이지, 생각보다 길게 잘라냈다. 웨이브가 2~3번 정도 생기도록 해달라고 했다. 대신 너무 바글거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중화제를 바르면서 혹시 스파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두피 안쪽의 노폐물도 제거하고, 마사지 효과도 있으며 혈액순환에도 좋다면서 남자라서 1만원만 추가하면 된다고 했다.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 괜찮다고 했다. 머리를 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파마가 너무 잘 나왔다. 내 맘에 들게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컬이 심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원장도 생각보다 너무 세게 나와서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또, 파마약으로 인해 기존의 블루블랙 염색약이 색이 빠져 머리카락 색이 올드한 느낌의 금빛 비슷하게 묘하게 빠졌다. 그런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며 원장님은 파마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냈다. 뭐, 원했던 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은 상태도 아니다. 뭐라고 따지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없었다. 다만, 다시는 머리하러 오지 않겠구나 싶다.
돈을 벌기 위한 손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느낌이다. 뭐,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화에 집중은 해줬으면 싶었다. 또, 머리길이가 파마하기에 애매했다면, 좀 더 기르고 나서 오라고 하던가? 이정도 길이면 이런 정도의 파마가 나올거다라는 사진을 보여주던가 뭐..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것도 없었고, 염색을 한 머리에 파마를 하면 약에 의해 색변형이나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를 알고 미리 상의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전에 다니던 미용실들은 내가 파마나 염색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전에 언제 뭘 했는지 물어보고, 머리카락 상태도 만져보고 나서 좀 더 기다렸다 하는게 좋을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피곤했다. 내가 처음부터 좀 더 자세하게,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이래도 되냐? 저래도 되냐? 이러고 싶다. 저러고 싶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온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다. 심지어 원장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혼자 글을 쓰며 나름 호박씨를 까고 있는 것이다. 이유도 모른채 원장은 손님 한명을 잃었다. 나도 미용실 하나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