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0] 영혼의 꽃

by 김연필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음악이

플로어를 돌아 내 귓가에 들려온다.

검정 애나멜 빛 반짝이는 구두가

내 발 앞에 멈춰섰다.

핀조명 하나가 떨어진다.

가벼운 인사 너머로

깊은 눈동자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금 더 바라보고 싶었지만,

왼손으로 나를 부른다.

살며시 포개잡으며

부드럽게 안겨본다.

진토닉같은 느낌의 향수가

더욱 나를 어지럽게 한다.

두근거리는 내 마음을 알아챈걸까?

괜찮다고 타이르며 나를 꼬옥 안는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냇가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내 손을 잡고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밀려간다. 나아간다.

구름을 밟은것처럼 부드럽기도 하고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지기도 한다.

까치발을 들고 담벼락 너머를 보기도 하고

술래한테 잡힐까봐 숨소리까지 참기도 한다.

첫사랑 그 아이가 돌려주던 뱅뱅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들의 엔딩씬처럼

별이 돈다.

별들이 돈다.

Recuerdos de una noche venturosa
que vuelven en mi alma a florecer

그가 아닌 그에게서

내가 아닌 나를 위한

영혼의 꽃이 피었다.

영혼의 꽃이 피었다.

기억과 추억의 꽃이 피었다.

꽃잎이 날린다.

은하수를 따라 꽃잎이 날린다.

꽃잎이 다 떨어지기전에

눈을 떠야하는데

손을 놓아야하는데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눈을 떠야하는데

손을 놓아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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